트럼프, '아랍판 나토' 창설 구상 공개한다
워싱턴포스트 "이번 주 사우디 방문기간 제안할 것"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구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테러 전쟁 수행과 이란 견제를 위해 새로운 지역 안보기구 창설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며, 백악관 관리들은 이를 '아랍판 나토'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 사우디의 모하마드 빈살만 국방장관 겸 제2 왕위계승자 주도로 지역 안보기구 창설안을 집중 협의해왔다. 협의는 빈살만 장관이 미국 대선 직후 쿠슈너와 다른 트럼프 측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대표단을 보낸 직후 시작됐다.
당시 면담과 후속 모임에서 사우디 측은 양국 관계의 폭넓은 격상을 제안하면서 안보협력뿐 아니라 경제협력과 투자 활성화 방안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신문에 밝혔다.
트럼프 측은 이슬람 급진주의에 대응을 강화하고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적극 나설 것, 지역 안보 부담을 공유할 것 등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를 사우디에 전달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수 주일 새 정부 각 기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사우디 방문에서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도록 지시했고, 여기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깊숙이 개입했다. 그중 하나가 수니파 국가 연합체 결성을 위한 기본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며, 이는 장차 나토와 같은 공식적인 기구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랍판 나토 구상은 사우디의 강력한 지지 속에 수년 전부터 종종 거론됐지만, 미국 정부는 공개적 지지 입장을 보낸 적이 없다.
백악관 관리들은 아랍판 나토 개념이 미국의 지역 지도력을 강화하고, 안보 재정 부담을 동맹들에 나눠주며, (대규모 무기 판매로) 미국 내에 일자리를 늘린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 기조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 안보 책임을 궁극적으로 지역 국가들에 넘기는 문제와 관련해 해법을 찾고 있다고 백악관 관리들은 밝혔다.
아랍권에서는 지역 안보기구 참가국으로 사우디 외에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 요르단 등이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은 기구 밖에서 조정과 지원 역할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WP는 새로운 안보체제 구상과 미국의 막대한 대 사우디 무기판매 계획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사우디의 구애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서방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 기간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 사우디 무기 판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미국이 이란의 팽창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까지 참여하는 중동판 나토 창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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