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속옷 입고 선거포스터 찍었다가 佛 총선후보자격 박탈
파리서 녹색당 대리후보 출마한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복장 논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총선에 출마한 30대 남성이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주의 환기를 목적으로 여자 속옷을 입고 선거 포스터를 촬영했다가 후보직을 박탈당했다.
17일 렉스프레스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파리 17선거구에 유럽생태녹색당(EELV·이하 녹색당)의 대리후보로 나선 티에리 샤포제(남·35)는 최근 검은색의 여자 속옷을 입고 긴 머리 가발을 쓴 채 이 지역구의 녹색당 본 후보인 여성 정치인 듀슈카 마르코빅과 함께 선거 포스터를 촬영했다.
프랑스는 의원이 사퇴하거나 사망할 경우 후보가 지명한 대리후보로 결원을 채우는 방식이라 본후보와 대리후보가 함께 총선에 출마한다.
여자 속옷을 입고 나온 샤포제는 공개적으로 성매매 종사자임을 선언하고 성 소수자 인권보호 활동을 해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열혈 녹색당원인 그는 동물권 보호 차원에서 불독 한 마리도 함께 데리고 나와 포스터를 촬영했다.
문제는 샤포제가 이 포스터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SNS에서 부적절한 포스터라는 논란이 불거졌고, 불똥은 본 후보인 마르코빅에게 튀었다. 일부 극우성향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리트윗하면서 마르코빅과 샤포제에게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마르코빅은 결국 선거 포스터로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당에 조치를 요구했고, 녹색당은 논의를 거쳐 샤포제의 대리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마르코빅은 "해당 선거 포스터가 나에게 편견을 덧씌웠다"면서 대리후보자에 대한 자격박탈요구는 정당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샤포제는 "촬영 전에 성 소수자 인권을 환기하기 위해 여자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얘기했고, 현장에서도 마르코빅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그가 외부의 압력에 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포제는 2008년 녹색당에 가입해 성 소수자 인권 보호를 주장하며 지방선거 등에 출마해왔다.
일부에선 성 소수자 차별 금지를 당 강령으로 내세운 녹색당이 선거 포스터의 부적절함을 내세워 후보자격을 박탈한 것이 당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급진좌파 성향의 녹색당은 지난 의회에서 집권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하며 내각에도 참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 가장 큰 치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내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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