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정치권, 대안당의 '극우 색깔' 철두철미 배제

입력 2017-05-17 18:45
獨 정치권, 대안당의 '극우 색깔' 철두철미 배제

대안당 극우인사 최고령 의장 막으려 규정도 개정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주류 정치권이 반(反) 유로·반 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대안당)을 배제하는 것은 유별나다.

유권자 선택을 받아 독일 전체 16개 주의회 중 13곳에 입성한 대안당이건만, 어느 당도 연정 파트너로 손 내밀지 않는다. 유로화 사용을 반대하고 인종주의까지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불온세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9월 총선에서도 의석배분 최소득표율인 5% 허들을 넘어 연방의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방 차원의 연정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연방하원은 곧 본회의를 열어 새로운 의회 개원 시 최고령자 의원이 일시 최고령 명예의장을 맡아 기념연설을 하는 규정까지 고칠 예정이라고 독일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현 18대 의원들은 단순한 최고령자가 아니라 가장 오래 의원직을 유지한 최고령자로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의원들이 이 전통을 바꾸고 나선 것은 대안당 소속 극우 색깔의 정치인이 최고령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대안당이 얻게 될 정당득표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까지 의회 입성이 가장 유력 시 되는 최고령자는 대안당의 빌헬름 폰고트베르크 또는 알렉산더 가울란트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9월 총선을 거쳐 19대 의회가 개원하는 시점에 폰고트베르크는 77세, 가울란트는 76세가 각각 된다.

따라서 현 규정을 유지하면 둘 중 한 명이 최고령의장을 맡을 수 있지만, 규정이 바뀌면 대안당 자체가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하는 것이어서 불가능하다.

18대 의원들은 이들 두 인사가 잠시라도 의회를 대표하는 자리를 맡아 '마이크'를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규정 개정을 통해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폰고트베르크는 과거 연설 등을 통해 "(유대인 대량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가 독일인과 독일역사를 범죄화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라거나 "홀로코스트는 하나의 신화나 도그마로 둬야만 한다"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서 나치가 강제 점령하던 동유럽에서 독일인이 추방당한 것과 관련해선 폴란드와 체코 같은 나라를 향해 "집단학살 같은 추방 범죄"를 저질렀다며 사과를 요구한 적도 있다.

폰고트베르크의 이런 발언은 나치 과거사의 무한 직시와 반성이 '정석'이 독일에선 한계치를 넘어선 행태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가울란트는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명수비수인 가나계 제롬 보아텡에게 지난해 "사람들이 보아텡을 선수로는 좋아해도 이웃으로는 싫어한다"라고 말한 데 이어 이민 배경 선수가 다수 포진한 대표팀을 두고 "더는 고전적 의미에서 독일팀이 아니다"라고 말해 인종주의 논란을 크게 일으켰다.

대안당은 38세의 알리체 바이델 여성 최고위원과 함께 부당수직을 맡고 있는 이 가울란트를 9월 총선의 최고후보 '듀오'로 지난 4월 선출했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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