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상원 "난민구조 NGO 선박에 경찰 배치 필요…투명성 차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상원이 지중해상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의 선박에 경찰을 배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니콜라 라토레 상원 국방위원장은 16일 NGO와 리비아의 난민 밀송출 조직과의 결탁 의혹 등을 포함한 난민 구조 작업을 둘러싼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난민 구조에 일조하고 있는 NGO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상원은 난민의 주요 관문인 시칠리아 섬의 몇몇 검사로부터 일부 NGO가 리비아의 난민 밀송출 조직의 자금 지원을 받는 등 내통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자 이런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의혹의 눈초리를 받은 NGO들은 난민 위기에 눈을 감고 있는 유럽 각국의 정부를 대신해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들의 목숨을 구한 것일 뿐이라며 반발해왔다.
상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구조 과정에서 난민 밀송출업자들과 결코 공모하지 않았다는 NGO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기구들은 구조 활동에 대한 승인과 인가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고, 해상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해안경비대 또는 해군, 경찰 등 이탈리아 공권력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토레 위원장은 "경찰이 NGO의 선박에 배치되거나 NGO 선박을 근접 호위할 경우 난민 밀송출업자들에 대한 확실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GO들은 강제성이 없는 상원의 이런 권고를 일축했다.
프랑스가 주축이 된 난민구조 NGO인 SOS 메디테라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단지 인도적인 목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군대나 경찰의 개입과는 확실한 거리를 두길 원한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MSF), 세이브더칠드런 등 NGO들은 2014년에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의 약 1%를 구하는 데 그쳤으나, 올 들어 현재까지는 전체 구조 난민의 3분의 1 이상을 직접 구하는 등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50만 명의 난민이 유입되며 부담이 커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그러나 야당들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적극적으로 구조 작업을 펼치는 NGO들이 "난민들을 실어나르는 택시" 역할을 하면서 밀송출업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탈리아 상원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보고서에서 "국제법과 국내법 상으로 모두 민간 단체가 (난민들을 위한)인도적인 피난 통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직 국가 기관만이 난민 위기를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원은 또 "이탈리아가 몰려드는 유럽행 난민의 부담을 홀로 질 수는 없다"며 "난민들의 이동 경로에 위치한 리비아, 튀니지, 몰타 등에 유엔과 국제난민기구(UNHCR), 국제이주기구(IOM) 등의 감독 아래 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OM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총 5만3천386명이며, 이들 중 약 90%에 달하는 4만5천86명이 이탈리아에 입국했다. 이 기간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난민은 1천309명으로 집계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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