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새 정부 출범 1주일, 들뜨지 말고 초심 다잡아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개시한 지 만 1주일이 됐다. 장기 국정 공백을 뒤로하고 새 리더십을 알리는 바쁜 기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약식으로 치러진 취임선서식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취임사에 걸맞게 문 대통령은 거듭 협치와 소통을 강조하며 광폭 행보를 했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일자리 정책 전반을 조율·평가·기획하는 이 위원회는 며칠 만에 설치안이 의결되는 등 속전속결로 닻을 올렸다. 이 같은 속도전은 그동안 궤도를 이탈했던 국정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일시 중단시킨 미세먼지 대책을 긴급히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게 될 국정기획자문위도 가동해 국정의 기본 틀이 될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새 정부와 청와대 진용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고, 청와대 인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인사는 문 대통령이 내세운 탕평 기조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첫 내각 인선은 아직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았고 청와대 인사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다만 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잇따라 2선 퇴진과 백의종군을 선언한 희생과 결단은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다. 문 대통령의 인재 기용 폭 확장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가장 급한 현안인 안보 위기에도 대응이 빨라졌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중 완료될 미국·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특사단 파견에 앞서 "새 정부가 피플 파워를 통해 출범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정상외교 채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나흘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집요한 도발은 문 대통령 앞에 놓인 북한 딜레마를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도발 직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주재하고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1주일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현안들은 풀어야 하는 것은 이제부터다. 총리 후보자와 새 정부 조각 인사청문회, 일자리 추경안 편성 등 국회 관문을 넘어서야 할 사안들이 즐비한데, 그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더욱이 국회 과반에 못 미치는 120석의 여당 힘만 갖고는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야당 동의를 얻는 게 관건이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최순실 국정농단 및 세월호 사건 재조사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 대해 야당 내부에 불만 기류가 있는 것 같다. 임기 초반의 혼선은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히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 기조 위에서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로 매진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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