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업체들, 좀비처럼 되살아나

입력 2017-05-17 15:43
미국 셰일 업체들, 좀비처럼 되살아나

대거 파산보호 들어갔다가 회생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의 셰일 오일과 가스 업체들이 국제유가 폭락으로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률회사 헤인스앤드분에 따르면 약 3년 전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에서 2015∼2016년 셰일 탐사·생산 회사 114개가 파산보호(챕터 11)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공포 영화의 좀비처럼 없애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입증했다.

파산보호에 들어간 미국의 10대 탐사·생산 업체 가운데 8개가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털어내고 회생해서 사업하고 있다.

지난달 챕터 11에서 빠져나온 울트라페트롤리엄의 마이클 왓포드 최고경영자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많은 면에서 우리는 예전과 같지만, 다른 여러 면에서는 더 낫다"고 말했다.

생존한 기업들은 대체로 생산량을 줄였다가 이제 늘릴 채비를 하고 있다.

셰일 업체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미국 파산법이 너그럽고, 자본시장의 활력이 있다는 증거라고 FT는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14년 가을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유가가 떨어지도록 했는데, 이는 미국의 셰일 업체를 포함한 고비용의 생산자들을 압박해 시장에서 나가도록 하려는 계획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미국 셰일 업체들은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손실은 상당했지만, 투자자들이 떨어져 나갈 만큼 크지는 않았다.

오히려 파산 물결로 업계는 더욱 굳건해졌다. 빚 부담을 없앴으며 투자할 자본이 있는 기업으로 자산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클라호마에 기반을 둔 샌드리지에너지는 업계 활동이 가장 저조했던 지난해 5월 챕터 11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37억 달러의 부채를 없애고 파산보호에서 벗어나 뉴욕증권거래소에 재상장했다. 올해 1분기 5천1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고 흑자 전환했다. 지난 1년간 배럴당 생산 비용을 27% 낮췄으며 지난해 1분기 8천100만 달러였던 이자 비용을 없앴다.

샌드리지의 생산은 감소했지만, 이 회사의 제임스 베넷 CEO는 석유 생산량이 올해 하반기에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에게 말했다. 1분기에 주로 시추공 1개만을 운영하다 1개를 추가했으며 올해 중반쯤 1개를 또 더할 계획이다.

파산에서 회복한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라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업의 채권을 샀다가 출자전환 후 주식을 보유하게 된 새로운 주주들은 인내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헤인스앤드분의 찰스 베컴은 말했다.

챕터 11에서 빠져나온 기업들이 모두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샘슨리소시스라는 업체는 자산을 대거 처분했다.

이는 업계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석유와 가스를 개발할 돈이 있는 기업에 자산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셰일 업계 등의 생산량이 예상을 웃돌고 있다면서, OPEC이 감산 합의를 연장한다고 해도 시장의 균형을 되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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