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사고' 이어 화재까지…삼성중 조선소 왜 이러나
"혼재작업 금지·공기 여유 둬야…구조조정 불안 탓도"…회사, 내달 종합대책 발표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최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사고와 화재 등이 잇달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조선소에선 지난 1일 크레인 사고로 31명이 숨지거나 다친 데 이어 17일 오전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는 크레인 사고로 15일간 작업을 하지 못해 공정에 차질을 빚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조선소 전체를 대상으로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6일부터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프로젝트 현장 등에서 작업을 부분 재개하도록 한 후 15일부터는 사고현장을 제외한 모든 현장에서 작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 직원들이 안전결의를 하고 작업재개를 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화재가 발생하자 삼성중은 물론이고 고용노동부, 경찰 등 관련 당국은 당혹감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의 크레인 사고가 진행중이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이 진행중인 상황이었기에 호사 안팎의 충격은 더 컸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랐는데 올들어서는 삼성중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중이 안전관리에 관한 한 어느 기업 못지않게 잘하고 있다 여겼는데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크레인 사고 관련, 근로자 근무 태만·안전관리체계 문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안전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중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 곤혹스럽다"면서 "크레인 사고 및 화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 관계자는 "당국과 협조해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겠다"면서도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회사는 외부 전문기관 안전점검 정례화, 외부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크레인 작업 신호체계 재구축, 크레인 충돌방지시스템 개발을 통한 근원적인 사고 방지 대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안전전담 조직을 글로벌 선진업체 수준으로 확대·강화하고, 글로벌 안전 전문가 영입·안전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 등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삼성중은 이런 내용이 모두 포함된 마스터플랜을 다음 달 발표한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조선업계 안전사고 원인이 안전규정이나 제도 등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조선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구조조정 등 영향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15년부터 '수주 절벽' 현상이 이어지면서 조선 3사를 비롯해 중형조선소까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근로자들이 대거 직장을 잃은데다 이런 현상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어 근로자들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 체계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근로자들이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작업현장에서 자칫 정신을 놓을 경우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작업현장에 휴대전화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거제시의회 관계자는 "정밀작업을 요구하는 조선소 작업현장에서 휴대전화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휴대전화를 작업현장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중 일부 사내협력사들은 작업 중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원회 정책실장은 "작업장 안전은 '결의대회'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크레인을 직영과 하청이 분담해 작동하도록 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 작업장에 수십개 업체, 수천명의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투입되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공사기한에 쫓겨 일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고 복잡한 다단계로 이뤄진 하청 고용 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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