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가 이끌 공정위…"4대 재벌 경제력집중 억제"(종합)

입력 2017-05-17 18:00
수정 2017-05-17 18:01
'재벌 저격수'가 이끌 공정위…"4대 재벌 경제력집중 억제"(종합)

김상조 한성대 교수 내정…재벌개혁 탄력받을 듯

'대기업 저승사자' 조사국 부활도 주목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새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17일 내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재벌개혁 정책도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기업에 대한 조사·감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김 후보자는 이날 내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로 삼성, 현대차[005380], SK, LG[003550] 등 4대 재벌을 상대로 경제력 집중 억제책을 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주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 대상은 30대 기업의 자본 절반이 몰려있는 4대 재벌로 좁혀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라며 "현행법을 집행할 때 엄격하게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넓은 범위가 대상이 되겠지만, 사전규제보다는 사후 감독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재벌개혁 측면에서 공정거래법은 획일적인 국제기준을 적용해 효과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20년간 재벌개혁 운동에 투신해온 김 후보자의 내정으로 앞으로 공정위의 주된 임무는 대기업에 대한 조사·감독 업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조사국'과 같은 조직을 공정위 내 신설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설된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대기업들의 반발로 2005년 폐지됐다.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 등을 근절하기 위해 기존의 순환출자를 임기 내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당수 대기업은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 총수일가가 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는 2013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2014년 하반기부터는 대기업이 신규 순환출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다.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인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대상 지분율 기준을 더 낮춰 규제를 확대하는 안도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이는 상당수 상장사가 총수 지분율을 30% 턱밑으로 맞춰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분율 요건이 20% 이상으로 낮아지면 현대글로비스[086280], 이노션[214320] 등이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 보유해야 할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현행 20%에서 10%포인트 이상 올리는 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규모 5천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주식 가액이 50% 이상인 기업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이때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대기업들이 적은 자본으로 더 많은 자회사를 거느릴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최근 금융개혁 관련 활동도 활발히 벌여왔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금융시장의 경쟁제한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전속고발권은 폐지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공정위는 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 등이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는 의무고발요청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기업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조사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공약대로 시행되면 만연한 재벌의 갑질 등을 줄일 수 있겠지만,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후보자가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앞세워 단기간에 대기업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산업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김 후보자는 "공정한 시장경제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재벌개혁이긴 하지만 경직된 방식은 아닐 것"이라며 "우선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미흡하다면 법 개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회와도 어떻게 집행할 건지를 논의해보겠다"라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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