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법 따라야" 일본, 호주 내 유산 12억원 국고 귀속 실패

입력 2017-05-17 11:43
"호주법 따라야" 일본, 호주 내 유산 12억원 국고 귀속 실패

일본인, 결혼 않고 아이 없이 사망…일본선 권리 없는 사촌이 상속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일본 당국이 자국인이 호주에 남겨놓은 유산을 일본 상속법을 고집하며 국고에 귀속하려다 실패했다.

호주 퀸즐랜드주 대법원은 7년 전 사망한 일본인이 호주 은행들에 남긴 현금 150만 호주달러(12억5천만 원)와 관련해 일본 당국의 상속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일본인 남성은 1990년대 호주 동부 유명 관광지인 골드코스트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틈을 타 호주 퀸즐랜드주로 이주하면서 돈을 벌었다.

이 남성은 1999년 일본으로 영구 귀국하면서도 150만 호주달러를 3개의 호주 은행들에 그대로 남겼고, 2010년 일본에서 사망했다.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는 채였다.

그의 사망 후 호주 내 유산을 둘러싼 분쟁이 일었다.

일본 당국은 자국 상속법에 따라 국고 귀속을 추진했고, 남성의 외사촌 1명은 호주 상속법 적용을 주장하며 상속권을 요구했다.

일본의 상속법은 전통적으로 가족을 부모와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로 한정하면서 대상자가 없으면 유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반면 호주법은 상속 대상의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다. 일본이 규정한 가족을 넘어 조카와 함께 사촌, 육촌도 포함한다. 형제자매의 손녀까지도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의 핵심은 호주 예금의 소유자가 일본에서 숨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의 호주 유산에 일본과 호주의 상속법 중 어느 쪽을 적용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일본 당국은 가정법원의 고위급 판사를 앞세워 퀸즐랜드주 대법원에 일본의 상속법과 함께 고인의 상세한 가계도를 제출하면서 국고 귀속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퀸즐랜드주 대법원은 일본에서 2014년에 열린 한 재판에서 이미 국고 귀속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있고 그 결정은 합당한 것이었다며 일본 당국이 호주 내 유산에 어떤 권리도 없는 만큼 외사촌에게 상속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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