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출·수사중단 요구…꼬리문 의혹에 '트럼프 탄핵' 힘얻나

입력 2017-05-17 11:12
수정 2017-05-17 15:24
기밀유출·수사중단 요구…꼬리문 의혹에 '트럼프 탄핵' 힘얻나

수사중단 요구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법방해죄' 해당해 탄핵 가능

상·하원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 표심이 탄핵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잇따른 스캔들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수면 위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부터 러시아로의 기밀유출 의혹, 여기에 러시아 관련 수사중단 요구 의혹까지 불거지며 탄핵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을 미 민주당 의원들이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해임한 9일(현지시간)부터였다.

민주당 앨 그린 하원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남용으로 비칠 수 있는 이 사안에 대한 의회의 반발은 컸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탄핵론을 거론하는 이들은 민주당의 극소수 의원에 불과했다.

탄핵론의 확산을 불러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동맹국이 제공한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15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였다. 미국의 국가 안보와 동맹국의 신뢰 유지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파장은 컸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민주당 의원은 10여 명으로 늘어났고, 공화당 의원들마저 비판에 가세했다.

그럼에도 기밀유출 보도를 한 WP 스스로 '트럼프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낼 정도로 탄핵론에 대한 지지는 약했다. 기밀을 해제하는 것은 대통령의 절대적인 권한인 만큼, 탄핵을 끌어낼 수 있는 위법행위는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코미 전 국장을 만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16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는 트럼프 탄핵론의 급격한 확산을 불러올 수 있는 '핵폭탄급'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코미 전 국장에 대한 수사중단 요구가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검사나 경찰에게 허위로 진술하거나 증거를 숨길 경우, 증인이나 배심원을 협박할 경우, 재판부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경우 등을 사법방해죄로 규정해 처벌한다. 이는 장기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중단을 요구했다는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충분히 사법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나아가 미 헌법이 규정한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

미 헌법은 대통령이 '반역, 뇌물, 기타 중대 범죄 및 비행'으로 기소되면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사법방해죄가 적용된다면, 이는 탄핵 요건으로 규정된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법리상의 탄핵 요건은 중요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탄핵의 가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미 의회 내 의석수 그리고 국민의 탄핵지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하원에서 과반수, 상원에서 3분의 2분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미 역사상 탄핵이 현실화할뻔했던 2명의 대통령이 탄핵을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엄격한 요건 때문이다.

미국의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후 남북화해 정책을 거부한 국방부 장관을 해임한 건으로 1868년 의회의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은 상원에서 정족수에서 단 한 표가 모자라 폐기됐다.

1998년 르윈스키 성 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탄핵 소추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현재 미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의 인기가 너무 낮아 공화당 의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5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8%로 역대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보다 20%포인트나 낮은 역대 최저치다. 대통령의 낮은 인기로 내년 지방 선거에서 패배할 것을 두려워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일부 이탈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16일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무려 48%에 달했다. 사실상 미 국민의 절반이 탄핵을 요구한 셈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는 점도 공화당 의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분석했다.

가디언은 "결국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 여부"라면서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화당 의원들도 그를 버리지 않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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