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내달 수입…당국·국회 과세규정 안만들어 혼란(종합)
"일반담배보다 연기 유해물질 적어" vs "남용되면 더 해롭고 세금도 덜 내"
낮은 전자·파이프담배 세율 임시 적용…필립모리스 "세금 늘어도 가격 안올릴 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수현 정빛나 기자 = 필립모리스가 국내 시장에 액상 니코틴 등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로 담뱃잎 고형물을 넣는 전자담배를 내놨다.
필립모리스는 신형 전자담배가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만 하기 때문에 연기나 재, 냄새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궐련형(종이에 담뱃잎을 싼 형태) 담배와 비슷한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과세 규정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국과 국회가 관련 법규를 제때에 만들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유형의 수입 전자담배가 크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아이코스는 담뱃잎을 원료로 만든 연초 고형물(제품명 '히츠')을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다.
스틱형 전자기기 중앙의 가열 블레이드(날)에 일반 담배와 모양은 똑같지만 길이가 절반 정도인 히츠를 끼우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블레이드 온도가 최대 350도까지 올라가며 니코틴을 찌는 방식이다. 한 개 히츠의 니코틴 함량은 0.5mg이다.
일반담배와 달리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기 때문에,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담배 연기와 비교해 유해물질이 90% 정도 적다는 게 필립모리스의 주장이다. 아울러 필립모리스는 재가 남지 않고, 냄새가 옷에 거의 배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필립모리스는 2008년부터 약 3조4천억 원을 들여 '타지 않는 담배'를 개발하는데 투자했다"며 "금연정책은 당연히 계속돼야 하지만 그럼에도 담배를 피우려는 소비자를 위해 덜 해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 역시 담배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코스와 아이코스에 사용되는 담배 고형물 '히츠'는 다음 달 5일부터 아이코스 전용 매장과 서울 전역 CU(씨유) 편의점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앞서 이달 27일부터는 서울 광화문, 강남 가로수길의 아이코스 전용 매장에서 한정 수량의 관련 제품이 사전 판매된다.
아이코스의 권장 소비자가격은 12만 원, 아이코스 전용으로 특수 제작된 히츠 가격은 20개들이 한 갑당 4천300원이다.
아이코스는 지난 2015년 9월 일본에서 출시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영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 등 2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아이코스의 담배 시장 점유율이 8%를 윗돌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보건·금연단체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직접 담뱃잎을 넣어 일반담배를 가장 비슷하게 흉내 낸 신종 전자담배 수입이 혐오스러운 담뱃갑 경고그림까지 넣어 금연율을 높이려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상술'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체는 연기와 연기의 유해물질을 줄였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만 믿고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전자담배를 자주 즐기면 오히려 건강에 더 유해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아직 담배회사들이 담배 제품의 정확한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담배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도 100여가지 이상으로 알려져 오히려 이런 무연 전자 담배가 흡연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다.
필립모리스 역시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간담회에서 "아이코스도 건강에 완전히 무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과세 규정의 모호성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필립모리스 측은 "정부 유권 해석에 따라 아이코스는 일반 궐련이 아닌 '연초 고형물을 사용한 전자 담배'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는 담배소비세 g당 88원, 건강증진부담금 g당 73원의 세금이 매겨졌다. 일반 담배보다 훨씬 낮은 '전자담배 세율'을 적용한 결과다.
심지어 개별소비세의 경우 국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정부가 일단 '파이프 담배'에 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이프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g당 21원으로, 국회에서 논의했던 개별소비세의 3.5∼41.2% 수준에 불과하다.
국회와 정부가 밀려 들어오는 신종 전자담배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정책 공백'을 노출한 결과, 새로운 유형의 수입 전자담배가 결국 크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리게 된 셈이다.
담배 품목 분류체계 등의 정비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8월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다국적 담배회사 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도 똑같이 낮은 세율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세율이 낮을 뿐 아니라, 일부 세율은 국회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왜 서둘러 세율을 정해줬느냐"는 지적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세목은 납세자 신고 납부 체계로, 납세의무자가 정해진 방법대로 신고하고 사후에 과세관청이 세법과 맞는지 보고 안 맞으면 세무조사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경정청구하는 것"이라며 "이 제품도 세관장이 사후 검증을 통해 '파이프담배' 세율 적용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바꿀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앞으로 아이코스 같은 신종 전자담배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율 등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일우 대표는 "개별소비세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어서 출시를 계속 미루다가 국회 사정이 불투명해 일단 임시 적용을 받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이미 논의 중인 개소세율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에 추후 적용 개별소비세가 인상돼도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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