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쪽 유인구와의 싸움'…김태균, 변화가 만든 출루 기록

입력 2017-05-16 19:38
수정 2017-05-16 20:01
'바깥쪽 유인구와의 싸움'…김태균, 변화가 만든 출루 기록

허리를 포수 쪽으로 돌리고 시선을 외야로 두며 왼쪽 어깨 잡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태균(35·한화 이글스)은 바깥쪽 변화구의 유혹을 잘 참았다.

그 인내심이 70경기 연속 출루 대기록 탄생의 배경이다.

김태균은 16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에서 5회 초 상대 선발 최원태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들고 70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일본 야구의 아이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뛴 1994년(5월 21일∼8월 26일)에 세운 기록(69경기)을 넘어섰다.

투수들의 집요한 바깥쪽 승부를 극복한 결과다.

김태균은 투수 눈에 '등번호'가 가장 잘 보이는 타자다. 그는 2000년 프로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허리를 포수 쪽으로 깊게 돌린 채 투구를 기다리는 타격 자세를 선보였다.

2010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로 진출한 뒤에는 일본 투수의 날카로운 몸쪽 공에 대비하고자 허리를 더 포수 쪽으로 돌렸다.

몸쪽 공도 더 오래 지켜본 후 쳐내는 방법이었다. 또한 허리 회전을 활용해 다소 밀린 공도 더 멀리 보낼 수 있었다.

2012년 KBO리그로 돌아온 김태균을 향해 투수들은 바깥쪽 유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태균은 타고난 배트 컨트롤과 선구안으로 투수들을 제압했다.

2012년 그는 개인 최고인 타율 0.363을 올렸고, 출루율 0.463을 기록했다. 두 개 부문 모두 리그 1위였다.

2013년과 2014, 2015년에도 김태균은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김태균은 위기의식에 사로잡혔다.

2016년 3·4월 김태균은 타율 0.294에 그쳤고 홈런은 1개만 쳤다.

홈런이 적고, 평소보다 타율도 떨어지는 4번 타자. 팬들의 원성에 김태균은 "타율마저 떨어졌는데, 차라리 홈런을 노리는 큰 스윙을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바깥쪽 유인구에 시달리면서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단점이 포착됐다.

김태균은 타격 자세를 손봤다. 2016년 5월부터 오른쪽 외야 담장을 먼저 본 뒤, 투수에 시선을 두는 타격 자세를 택했다.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걸 방지하려는 의도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에 헛스윙하는 장면이 크게 줄었고 1루 쪽 파울 라인을 넘던 공이, 그라운드 안에 떨어졌다.

김태균은 지난해 타율 0.365로 시즌을 마쳤다. 홈런도 23개를 쳤고, 역대 한화 타자 한 시즌 최다인 136타점을 올렸다.

4월 이후에는 부진에 빠진 적도 없었다.

시즌 초 부진을 딛고 개인 한 시즌 최고 출루율 0.475를 기록했다.

김태균은 15일 현재 개인 통산 출루율 0.432로 고(故)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0.427)을 넘어 KBO리그 통산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 300 출루(310번) 기록도 세웠다.

펠릭스 호세(63경기)의 KBO리그 연속 출루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치로의 기록에도 앞섰다.

대만프로야구에서는 린즈성이 2015년 6월 20일 출루 행진을 시작해 2016년 6월 16일 중단될 때까지 109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김태균은 린즈성의 기록과는 격차가 처 아직 아시아 기록을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미 '출루 달인'으로 평가받을만한 기록을 쌓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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