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성공한 '덕후'의 삶

입력 2017-05-17 09:00
수정 2017-05-17 11:14
[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성공한 '덕후'의 삶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넌 가장 성공한 덕후일거야."

한세주(유아인 분)은 이렇게 말하며 전설(임수정)의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의 한 장면이다.

여기서 '덕후'란 한 분야에 심취해 열정적으로 파고들어 전문가 수준이 된 사람을 뜻한다. 일본어 '오타쿠'를 누리꾼들이 우리식으로 응용하면서 이제는 흔히 쓰이는 말이다.

전설은 유명 소설가 한세주의 열혈 팬. 한세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고 그를 너무 좋아한 전설은 한세주의 생명을 두 차례 구해주더니 결국엔 그의 연인이 됐다.

KBS 2TV 수목극 '추리의 여왕'의 주인공 유설옥(최강희)은 추리의 덕후다. 직업은 주부인데, 추리하는 게 너무 좋아서 TV 공개 수사 프로그램을 녹화까지 해서 보고 또 보고, 사건 기사를 스크랩해 놓고, 수사 관련 서적도 탐독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 습득한 지식과 눈썰미로 무장한 유설옥은 형사들과 손잡고 실제 살인사건, 납치사건 등을 해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MBC TV '능력자들'은 '덕후'들만을 모아 소개한 방송이었다. 시대별 각종 버스를 식별하는 '버스 덕후'부터 빵 덕후, 괴수 덕후, 성우 덕후 등 다양한 덕후가 출연했다.

덕후들의 활동을 '덕질'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덕질'이 생활의 활력소이자 삶의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연예계와 스포츠계는 '덕질'이 가장 열정적으로 진행되는 분야일 것이다. 스타를 향한 팬들의 '덕질'은 그 열기와 충성도가 이글이글 타오른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기 위해 수백만원짜리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고, 스타를 위해 엄청난 금액의 '조공'을 바친다. 스타의 모든 행적을 모아모아 자신만의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덕질'계에 요즘 '이니'라는 새로운 스타가 떠올랐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니'의 사진과 '짤'(짧은 영상), '이니'의 살아온 행적과 행보를 파고든 글이 SNS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된다. 그가 맨 넥타이 색을 '이니 블루'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가 단골 커피숍에서 사가곤 했다는 원두 블렌딩 비율까지 소개된다.

'이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통용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이다.



문 대통령이 표지에 등장한 '타임' 아시아판 최신호도 불티나게 팔렸다. 구매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니'를 향한 덕질은 이른바 기존 '문빠'의 행보와 전혀 다르다는 게 특징이다. 정치색, 정치논리가 없다. 감성적이고 발랄하다. 아이돌 스타를 향한 덕질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된다.

'덕질'은 무엇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거기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이니'를 향한 덕질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다른 덕질과 달리 그 결과가 정말 궁금하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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