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로 돌아온 브렛 필 "KIA는 항상 가족 같았다"
(광주=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선수가 아닌 스카우트로 광주를 찾은 브렛 필(33)은 "다시 가족의 일원이 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KIA는 16일 필에게 미주지역 스카우트 업무를 맡기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필은 미국 현지에 머물면서 KIA 구단에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스카우트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롯데 자이언츠에서 라이언 사도스키과 맡은 역할과 흡사하다.
필은 이날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해 김기태 감독과 인사한 뒤 동료들과 오랜만에 해후했다.
필은 "올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스프링캠프에서 뛰었는데, 한국에서 좋았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의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는 데 실패한 필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곧 은퇴를 선언했다.
필은 "마이너리그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게 엄두도 안 났다"면서 "한국은 이동 거리도 짧고 월요일 경기가 없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다 같이 노래하는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가 그리웠다.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일도 즐거웠다. 미국도 그런 문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그리워한 필과 그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 KIA 구단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필은 KIA에서 외국인 스카우트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필은 "미국에 있으면서도 올 시즌 KIA 경기는 거의 다 봤다"며 "아이 둘을 광주에서 낳았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봐도 된다. 아직 구체적으로 스카우트 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느낌을 항상 갖고 있었고 다시 가족의 일원이 됐다는 게 기쁘다"고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그리웠던 것을 묻자 한국말로 '부대찌개', '소맥(소주+맥주)' 등을 언급했다. 필은 미국에 있을 때 아마존닷컴을 통해 한국 라면을 60개 주문했다고 한다.
그는 "만약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다시 뛸 용의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동기 부여를 찾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선수로 뛴 게 너무나 좋았다"고 강조했다.
필은 국내에 체류하는 1주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에 살던 아파트 주민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해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필은 작년까지 3년 동안 KIA의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다. 3년 동안 통산 타율 0.316에 61홈런 253타점을 기록했다.
성적에 더해 팬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고, 특유의 성실한 자세로 KIA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으나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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