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州, 안락사법 초안 마련…25세↑ 말기환자 대상

입력 2017-05-16 14:53
호주 최대 州, 안락사법 초안 마련…25세↑ 말기환자 대상

NSW주, 8월 법안 의회 제출…'죽을 권리' 한 발짝 앞으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53살의 호주 여성 앤 개브리얼리디스는 지난해 7월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운동신경질환(motor neurone disease) 진단을 받았고 최근에는 말할 수도 없게 됐다.

앤은 이제 호흡을 하고 침을 삼키는 일조차 어렵고 손도 거의 쓸 수 없으며, 눈동자 움직임 추적 기술을 통해 가족들과 소통할 뿐이다.



앤은 16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이런 류의 생존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앤은 호주 최대 주인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의원들에게 안락사법 지지를 호소하는 인터넷 청원 운동을 시작했고, 현재 여기에는 5만7천명이 동참했다.

NSW 주의회가 2년의 작업 끝에 안락사법 초안을 마련, 16일 이를 공개하며 의견 수렴에 나섰다고 호주 언론이 전했다.

초안은 여야 의원들이 실무그룹에 참여해 초당파적으로 마련됐으며, 오는 8월 의회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발적 조력사 법안'(Voluntary Assisted Dying Bill)이란 이름의 법안 초안에 따르면 불치병에 걸린 25세 이상 성인은 의료진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할 권리를 갖게 된다.

죽을 권리를 얻으려면 환자는 우선 12개월 안에 병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합리적인 진단이 있어야 하며 극도의 통증과 고통, 심리적 의욕 상실을 겪어야 한다.

또 전문의 1명을 포함한 의사 2명의 동의가 요구되고,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 1명으로부터 환자의 정신이 온전해 자유 의지로 스스로 결정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 환자는 48시간의 냉각기를 가지며, 언제든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 또 환자의 가까운 친척은 주 최고법원에 환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죽을 권리 옹호단체 관계자인 셰인 힉슨은 이번 초안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과 함께 최고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25살이라는 연령 제한은 해외 유사법안의 18세보다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드니 가톨릭 단체는 죽을 권리의 명문화보다는 말기 환자 병구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런 법을 도입하는 것은 이를 이용할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호주인에게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은 초안을 마련한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낙관하고 있다며 불치병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죽을 권리에 한 달 더 가까이 갔다고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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