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휴대폰 필요없다…'손'만 있으면 되는 편의점 체험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물건을 사고 결제하기 위해 현금, 신용카드, 휴대전화 중 어떤 것도 필요 없는 편의점이 등장했다.
바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롯데월드타워 31층에 16일 문을 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은 '최첨단 스마트 편의점'을 표방한 것처럼 곳곳에 최신 기술을 도입했다.
그중 핵심은 소비자의 손바닥 정맥 정보만으로 편의점 입장부터 결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제품가격 360도 스캐너가 인식하고 손바닥 정맥으로 결제
실제로 이날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 두 개를 사봤더니 그 편리함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편의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롯데카드의 바이오 정보 이용 동의서에 서명하고 정맥 정보를 등록해야 했다. 오른손이나 왼손 중 편한 손을 등록하면 된다.
손바닥을 4번 반복해 인식시켜줘야 등록이 된다고 직원이 설명했다.
등록을 마치고 편의점 게이트에 손바닥을 대며 편의점에 입장했다.
음료수를 고르기 위해 냉장고 앞에 가까이 가니 진열창 문이 '웅~찰칵'하는 소리를 내면서 저절로 열렸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더니 다시 문이 닫혔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문이 열리고 멀어지면 문이 닫히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냉장고였다. 앞에 있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문은 안쪽으로 열렸다.
일반 편의점에서는 담배를 판매할 때 점원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계산 뒤에서 꺼내주지만,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는 그 역할을 자판기 한 대가 대신하고 있었다.
자판기에 설치된 큰 모니터를 터치하자 48종의 담배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중에 한 개를 선택하자 휴대전화 번호와 손바닥 인증 정보를 입력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처럼 정맥 정보가 편의점 입장이나 결제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의 담배 구매를 막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같은 종류 음료수 두 개를 골라 결제 사원이 없는 계산대에 올려놨다. 한 병은 바코드가 보이도록 눕힌 채로 놓고 한 병은 세워놨다. 제품을 360° 자동 스캔하는 초고속 스캐너 계산대의 컨베이어벨트가 빠르게 움직이고 제품을 인식해 모니터에 고른 제품의 이름과 가격정보가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제품인데도 한 병은 재빠르게 인식됐지만 한 병은 인식에 시간이 걸렸다.
바코드가 잘 보이도록 병을 눕혀 상태로 다시 시도했더니 그제야 계산대는 음료수 두 병 가격을 모니터에 표시했다. 손바닥을 펴 인식기에 대자 순식간에 음료수 두 병값의 결제가 끝났다.
이처럼 무인 계산대는 점원이 직접 바코드를 찾아 일일이 찍는 것보다 바코드 인식률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무인 계산대를 처음 이용해보는 것이라면 여러 번 시도를 해야 마침내 결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동 바코드 리더가 놓여 있어 고객이 직접 상품 바코드를 인식할 수도 있고, 만약 그래도 어려우면 직원 호출 버튼으로 직원을 부를 수 있다.
계산대에서처럼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함은 또 있었다.
처음에 정맥 정보를 등록할 때 이미 공항 출입국 심사대나 휴대전화에서 많이 썼던 지문이나 홍채 인식과 달리 정맥 인식을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손바닥 인식이 잘 안 됐다.
두 세 번 시도 끝에 정보가 정상적으로 등록됐다.
롯데카드가 없으면 아직은 이 편의점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도 불편한 점이었다.
이런 단점에 대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아직은 롯데카드만 이용할 수 있지만, 곧 다른 회사 카드도 이용하도록 만들 계획"이라며 "타사 카드뿐만 아니라 오는 7~8월에는 캐시비, 엘페이(롯데의 간편결제 시스템) 등으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보완 계획을 밝혔다.
신용카드나 현금 없이 빈손으로 들어가 산 음료수 두 병을 들고 다시 손바닥 정맥을 인식시켜 편의점을 나왔다.
나갈 때도 정맥 정보를 인식시켜야 해 오히려 별다른 보안 장치가 없는 일반 편의점보다 이 스마트 편의점이 도난 등의 문제에서는 더 자유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손 정맥 정보 암호로 저장돼 안전…지문은 비위생적"
손바닥 정맥 인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혈관의 굵기와 모양 등을 비교해 신분을 분별하는 기술이다. 현재 은행 등에서 본인 인증에 사용되고 있다. 본인 인증 뿐만 아니라 결제까지 손바닥 정맥으로 하는 것은 이번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서 처음 시도됐다.
손바닥 정맥이 중요한 생체 정보인데다 지문이나 홍채 인식보다 생소하기 때문에, 결제 시스템에 이용되는 것이 과연 안전할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정맥은 다른 생체정보인 지문이나 홍채보다 더 편리할 뿐만 아니라 암호화된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롯데의 설명이다.
명재선 롯데카드 디지털사업본부장(상무)은 "고객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홍채, 지문, 정맥 중 어떤 것이 나을지 검토한 결과 정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명 상무는 "홍채는 휴대전화와 같이 짧게 인식하는 구간에서는 빠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눈을 가까이 들이대는 것이 쉽지 않고 지문은 직접 대고 눌러야 하므로 위생적이지 못하며 실리콘 등으로 복제도 비교적 쉽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부연했다.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명 상무는 "롯데카드가 저장하는 생체정보는 해킹당한다고 해도 원상복구 되지 않는 쪼개진 정보로 저장된다"며 "생체정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위험하므로 이런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시그니처 점에서 일종의 시험 운영을 거쳐 정맥 인증 등을 도입한 스마트 편의점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아울러 마트나 슈퍼 등 다른 계열사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혁 세븐일레븐 기획부문장은 "2개월 동안 테스트 과정을 거쳐 이후 건물 내에 있는 다른 편의점 점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롯데 계열사들이 진출해있는 국가 등으로 진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