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에서 한국 농구의 전설로 마감하는 주희정

입력 2017-05-16 14:26
무명에서 한국 농구의 전설로 마감하는 주희정

20년간 코트 누비며 최다 출장·어시스트·스틸 기록 수립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16일 공식 은퇴를 발표한 서울 삼성 주희정(40)은 한국 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주희정은 프로농구 출범 이듬해인 1997-1998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무려 20년간 코트를 누볐다.

총 1천29경기에 출전해 최다출장 기록 보유자인 주희정은 2위인 원주 동부 김주성(688경기)보다 무려 331경기를 더 뛰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원정 경기에서 최초로 1천 경기 출전의 금자탑도 세웠다.

20년간 코트를 누비며 출전하지 않은 경기는 단 15경기에 불과하다.

통산 어시스트와 스틸은 각각 5천381개와 1천505개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점 슛은 1천152개로 2위에 올라있고, 득점과 리바운드는 각각 8천564점과 3천439개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선수 중 최다인 8번의 트리플 더블 기록도 갖고 있다.

주희정은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농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딱 30년 만에 농구공을 손에서 놓게 된 셈이다.

주희정은 무명이었다. 고려대에 진학은 했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신기성 등 당시 내로라하는 스타 플레이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에 2년 만에 고려대를 중퇴하고 일찍이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1997-1998시즌 원주 동부의 전신인 나래에서 첫 프로 무대를 처음 밟았다. 남들보다 나이가 어린 탓에 연습생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뒤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주희정은 대학 때 못다 이룬 꿈을 프로 와서 이루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슛을 보완하기 위해 홀로 남아 수백 개의 슛을 던졌다. 체력 훈련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이에 프로 데뷔 4년 만인 2000-2001시즌 삼성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6년부터 두 시즌 동안은 KT&G에서 보냈고, 이후 2012-2013시즌부터 세 시즌은 서울 SK에서 활약했다.

SK에서 정규시즌을 우승하고도 통합 우승까지 차지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주희정은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인 삼성으로 복귀했다.

시작은 나래였지만, 가장 오래 뛰면서 처음 우승 반지를 낀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평소 바램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 삼성에 우승을 안기진 못했지만, 10년 이상 어린 후배들과도 밀리지 않는 당당한 선배의 모습을 보이며 코트에 작별을 고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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