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당청 균형'·'협치' 기대감에 박빙 승리
'을지로위' 활약도 득표에 도움…초선 몰표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후 첫 원내대표 선출 경선에서 개혁 성향인 3선의 우원식 의원이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7표 차이로 누르고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
친문 진영이 당내 다수파를 차지하는데 더해 문재인 대통령 집권으로 주류 진영에 힘이 실리는 점을 감안할 때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의 이번 선택은 당청간 균형에 대한 여론과 함께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에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친문 진영으로의 쏠림에 대한 비주류의 견제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범주류로 분류되는 가운데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의 민평연, 손학규계 등의 지원을 토대로 당내 지지세를 넓혀왔다.
1년 전 경선에서 석패한 우 원내대표가 재도전에 앞서 와신상담하며 맨투맨 접촉에 나선 것도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우 원내대표가 획득한 표는 115표 가운데 53.0%에 해당하는 61표다. 2위를 차지한 홍 의원(54표)과는 7표 차이다.
애초 협상력을 바탕으로 '여야 협치'를 강조한 우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토대로 '당청 소통' 능력을 내세운 홍 의원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를 두고 관측이 팽팽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우 원내대표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를 두고 집권 초기 여소야대의 국정 지형에서 '1당'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협치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 의원들이 더 많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우 원내대표는 당내 민생대책기구인 '을지로위원회'를 꾸준히 이끌어오면서 개혁성과 '뚝심'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차분히 풀어냈다는 점에서 협상력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조와 협치의 최전선에 서게 되는 만큼 우 의원의 협상력을 더 높이 평가한 결과다. 을지로위원회에서 협상에 두각을 나타낸 것이 향후 국정운영에 보탬이 되리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작년 1차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고도 결선에서 낙선한 뒤 의원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다져온 것도 작용한 것 같다. 지난해 마음의 빚을 진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개혁성향인 우 원내대표에게 초선 의원들이 표를 몰아줬을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한 관계자는 "우 의원이 그간 초선들에게도 공을 많이 들였다. 젊은 정치인들인들이 우 의원의 균형감 측면에 끌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투표결과 홍 의원이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딛고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 당내 주류인 친문계가 건재함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집권 초반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당청일체'를 위해 친문 핵심인 홍 의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또 우 원내대표가 지난 1년간 꾸준히 준비해온 점을 고려하면, 경선 일주일을 앞두고 뛰어든 홍 의원으로서는 뒷심을 발휘하며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내 한 의원은 "이번에 선거운동을 시작한 홍 의원으로서는 선전한 결과로 보인다. 크게는 균형과 협치가 필요하다는 선거 흐름이었지만, 당정청 협력 강화를 위해 친문 핵심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도 만만찮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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