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홍영표 추격에 '재수' 우원식 진땀…7표차 신승

입력 2017-05-16 15:43
수정 2017-05-16 15:46
'친문' 홍영표 추격에 '재수' 우원식 진땀…7표차 신승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서혜림 기자 = "총투표수 115표 중에서 기호 1번 홍영표 후보 54표, 우원식 후보 61표"

16일 오전 국회 본청 246호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장. 긴장된 얼굴로 무대에 앉아있던 우원식 의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우상호 전 원내대표에 아쉽게 패배한 뒤 와신상담하며 '재수' 끝에 거둔 짜릿한 승리였다.

우 의원은 1년여간 의원들의 '바닥 민심'을 훑은 만큼 우세하다는 평가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후발주자인 홍 후보의 저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집권여당이 된 상황에서 새 정부가 국정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걸려면 이른바 '친문계'인 홍 의원이 새 원내 사령탑의 적임자 아니냐는 당내 분위기가 차츰 형성됐기 때문이다.

7표 차 박빙의 승부로 나오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백중세가 연출될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득표 차가 이렇게 적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투표 직전 정견발표 때까지만 해도 두 후보는 저마다 막판 표몰이로 승리를 굳힐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홍 의원은 "(당청 관계에 문제가 많았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때처럼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의 강점으로 평가되는 당·정·청 소통력을 내세웠고, 우 의원은 "제 별명이 '알알부남'이라고 한다. 알면 알수록 부드러운 남자"라며 자신의 '여야 협상력'을 강조했다.

개표 발표 후 홍 의원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듯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김영춘 선거관리위원장을 가운데로 나란히 서서 함께 기념촬영을 할 때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좀처럼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신승을 거둔 우 의원은 당선인사에서 "함께 선전한 홍 의원보다 특별히 제가 잘 나서 당선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가 문재인, 우리 모두가 민주당"이라며 당내 화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그는 당선인사를 마치고는 곧장 의원총회장 출구 쪽으로 향했다. 퇴장하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의원들은 축하 말을 전하며 하나같이 그의 '재수' 이력을 입에 담아 눈길을 끌었다.

한 의원은 "재수가 대세야, 대세"라며 손을 꽉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실패한 경험을 빗댄 말이었다.

"나도 이번에 출마할걸. 그러면 내년에 될 거 아니야", "재수 끝에 결실을, 고생했어요"라고 축하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투표 전 인사말에 나선 추미애 대표는 전날 발표한 당직개편안을 둘러싼 잡음을 의식한 탓인지 부쩍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둘러보니 의원들이 구릿빛 얼굴과 하얀 얼굴로 나뉜다"며 "구릿빛 얼굴은 지난 대선에서 전투자 역할, 하얀 얼굴은 음지에서 기획하며 밤잠 못 잔 것이다. 그렇게 우린 하나였다"라고 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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