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오른다" 황무지 팔아 '폭리'…서민 울린 기획부동산(종합)

입력 2017-05-16 11:13
수정 2017-05-16 11:15
"땅값 오른다" 황무지 팔아 '폭리'…서민 울린 기획부동산(종합)

황무지를 5배 가격에 넘겨 61억 '꿀꺽'…"사기 아니다" 혐의 부인

(임실=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허위 부동산 정보로 피해자들을 속여 수십억원을 챙긴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북 임실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부동산업체 회장 A(59)씨와 대표 B(60)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2010년 7월부터 4년여 동안 강원도 평창군과 춘천시 땅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속인 뒤 C(43)씨 등 245명에게 61억원을 받고 땅을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헐값에 대규모로 땅을 사들인 뒤 필지를 나눠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에 매각,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사기 수법이다.

A씨 등이 약 12억원에 사들인 평창군과 춘천시의 땅 7만8천여㎡도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산꼭대기나 황무지였다.

이들은 서울시 강남구에 부동산을 차리고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땅을 팔 텔레마케터 50여명을 고용했다.

텔레마케터들은 친척이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강원도에 KTX 전철역이 생기고 인근에 행정타운이 들어선다. 평창 올림픽이 개최되면 땅값이 크게 오른다"고 속이고 A씨 등이 미리 매입한 땅을 팔았다.

피해자 중 일부는 이들의 말에 속아 은행권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 4억원 상당의 땅을 사들이기도 했다.



A씨 등은 "땅을 보여달라"는 피해자들과 함께 강원도로 가 자신들이 매입한 곳이 아닌 다른 부지를 보여줬다.

이들은 "3년 이내에 산 땅이 팔리지 않으면 책임지고 우리가 다시 사겠다" 혹은 "구입한 땅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해주겠다"며 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이들과 지인인 텔레마케터들의 말을 믿고 토지대장도 확인하지 않았다.

A씨 등은 2014년 10월께 부동산 사무실을 처분하고 잠적했다.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를 벌여 이들을 붙잡았다.

이들 중 일부는 "정당하게 돈을 받고 땅을 팔았기 때문에 사기가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현재 경기도 평택에서 또다시 기획부동산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과장 광고를 통한 기획부동산 사업이 성행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피해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투기 심리를 조장해 서민 경제를 어지럽힌 사기범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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