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사들 "심각한 사태…전국법관회의 개최" 주장
전국 판사회의 참여할 대표 5명 선출…"책임자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간부가 판사들의 학술활동을 방해하려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에 일선 판사들이 전국법관 대표회의(이하 전국법관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은 이날 단독판사회의를 열어 진상조사 결과를 '헌법적 가치인 법관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는 전체 재적 91명 중 53명이 출석했다. 이들은 전국법관 회의에 참여할 중앙지법 단독판사 대표 5명을 선출하고 지법 내 전체 판사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법원행정처는 전국법관 회의를 소집하기 위해 물적 지원을 하되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법행정권 최종 책임자인 대법원장에게 이번 사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에 어떤 조치를 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아울러 전국법관 회의가 개최되도록 공식적으로 약속해 달라"고 강조했다.
전국법관 회의에서 논의할 대상으로는 ▲ 진상조사위가 시행하지 못한 관련자 업무용 컴퓨터 등 추가 조사 ▲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 기획·의사결정에 관여한 책임자 규명 및 추궁 ▲ 향후 사법행정권 남용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 마련 ▲ 전국법관 회의 제도화 등을 꼽았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학술대회를 계획하자 소속 판사에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행사를 축소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애초 부당지시를 한 것으로 지목됐던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는 임 전 차장이 아닌 학술단체 전 회장 이규진(55·18기)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부 부당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일각에서 제기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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