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가 내 쌈짓돈'…어린이집 원장 2년간 1억 횡령

입력 2017-05-15 18:00
'운영비가 내 쌈짓돈'…어린이집 원장 2년간 1억 횡령

공금으로 집에 비데 놓고, 물건값 부풀기에 영수증 위조까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서울 서초구의 한 구립 어린이집 원장이 2년 동안 1억원 넘는 운영비를 횡령한 사실이 서울시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운영비로 자기 집에 비데와 정수기를 놓고 현장학습비 부풀리기, 교사 수당 착복은 물론 영수증 위조까지 해가며 공금을 빼돌렸다.

서울시는 3월 서초구 A 구립 어린이집에 대한 보조금 관리 실태 점검 결과 B 원장이 2015∼2016년 2년간 총 1억 1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B 원장의 횡령은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하고도 파렴치했다.

B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비로 자기 집에 비데와 정수기를 설치하고, 각종 식재료를 사는 등 공금을 자기 쌈짓돈 쓰듯 했다.

법인카드로 인터넷몰에서 어린이집 물품을 구매하면서 자기 살림에 필요한 물건을 끼워 넣고, 자택이나 지인 집으로 배송시켜 받았다.

알고 지내는 상인과 짜고 물건 수량을 부풀리는 등 결재액을 뻥튀기한 뒤 그 차액은 현금이나 문화상품권으로 돌려받는 '카드깡' 수법도 썼다.

가지 않은 출장을 다녀왔다고 허위로 기록하고, 개인용무로 지방을 다녀온 것도 공무 출장으로 속여 여비를 타냈다.

학부모에게 청구한 현장학습비, 사진 인화비 등도 부풀려 받았다. 이를 법인카드로 먼저 결제한 뒤 학부모들에게는 현금으로 받아 착복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주는 명절 수당이나 생일 수당도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떼어 자기 주머니에 챙기기까지 했다.

B 원장은 횡령 사실을 감추기 위한 은폐도 치밀한 방식으로 시도했다.

전산영수증용지를 직접 구매해 프린터로 영수증을 정교하게 위조했고, 도장 조합기를 이용해 가짜 날인을 하는 등 '완전범죄'를 노렸다.

서울시는 B 원장의 행태로 볼 때 조사 기간 전에도 횡령 행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아울러 16∼26일 서울 시내 국공립 어린이집 48곳을 대상으로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운영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을 벌인다.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이번 점검에서는 예산 사용 실태뿐 아니라 보육교사에 대한 부당 처우, 아동 안전·학대 사례 여부 등도 살필 계획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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