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근로시간 단축…근로자 "월급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종합)
중소기업계 "생존에 치명적…9조원 비용 추가 발생"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주장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김은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될지에 산업계가 긴장하면서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인력 부족 현상을 겪는 중소기업계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생존에 치명적이라면서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기업에 연장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을 현행 최장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 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만 인정한다. 휴일근로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으로 토·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까지 허용된다. 모두 더 하면 주 7일 최장 68시간을 일할 수 있다.
이를 바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도록 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 근로시간 단축 공약의 핵심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인력 부족,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을 우려하고 있다.
절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초과 및 휴일 근로를 하는 근로자의 76.8%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난 문제를 초과 근로로 해결해 온 중소기업계로서는 노동자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현 상황에서 근로시간마저 단축되면 비용과 인력난만 더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새 정부의 전체적인 개선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일괄 적용하면 결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만 고스란히 충격을 받는다"며 "업종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단계별 도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에 휴일 근로 '중복할증'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의 연간 소요 비용은 총 12조3천억원 가량 되며 이중 중소기업이 떠맡을 비용은 70%(8조6천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사용자들과 다른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
현재 시행 중인 주당 68시간 근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만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황 모(37) 씨는 "근로시간이 줄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추가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니 전체 인력의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사람이 늘고 연봉이 줄어도 작은 업체일수록 일이 경감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황 씨는 "주 52시간 근무가 확실하게 지켜진다면 줄어드는 급여를 충당할 다른 일을 계획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4단계로 세분화해 2024년까지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상시근로자 1천 명 이상은 2018년, 300∼999명은 2019년부터 시행하되, 100∼299명은 2020년, 50∼99명은 2022년, 20∼49명은 2023년, 20명 미만은 2024년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노사합의가 있으면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해서 총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중소기업보다는 강도가 덜 하지만 대기업도 근로시간 단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10대 기업 관계자는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지 않고 시행한다면 기업에 미치는 인건비 증가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대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법정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인력운용을 제한하고 중소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산업현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허용, 휴일근로 중복할증 배제 등 제도적 완충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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