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재앙 산불] ②20년간 여의도 면적 150배 산림 '잿더미'
1997~2016년 모두 8천888건 발생…최근 10년 절반가량 3·4월 '집중'
"산소생산 등 산림 공익가치 126조…생태계 회복에 최소 50년 소요"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2000년 동해안 지역을 초토화한 산불은 국내 역사상 최악 산불로 기록됐다.
산불 취약기인 봄철 강풍을 타고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강원도와 경북 일부 등 동해안 지역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000년 4월 7일 발생한 산불은 아흐레 만인 4월 15일 불길이 간신히 잡혔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이 기간 강원 동해안에서만 산불 7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첫날인 4월 7일에만 4건이 잇따랐다.
이 불로 강원 고성군·강릉시·동해시·삼척시는 물론 경북 울진군 일대 산림 2만3천794㏊가 사라졌다.
산불 피해액은 1천72억원에 달했다.
이후 이들 지역 산불 흔적을 지우는데 5년여가 걸렸고, 산림 복구에만 1천억원을 써야 했다.
산림청은 동해안 산불을 계기로 민·관·군 통합지휘체계를 구축하는 등 산불 예방·진화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전국의 주요 삼림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황폐화하는 산불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 서재철 사무국장은 "국내 산림 중 휘발성 강한 소나무류가 30%를 차지하는 데다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지는 가뭄과 봄철 강한 바람 등 기후까지 발생 위험을 높이는 환경으로 변했다"며 "최근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대형화하고 예측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 2016년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1997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2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8천888건에 이른다.
한 해 평균 444건으로, 매일 1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한 꼴이다.
이 기간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총면적은 4만4천24㏊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0㏊)의 150배가 넘는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10년간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계절은 역시 봄이다.
이 기간 산불 중 절반 이상인 59%가 3∼5월 봄철에 발화했다.
녹음이 우거지는 5월보다 3·4월에 산불이 더 집중됐다. 월별 산불 발생 비중은 3월 25%, 4월 24%, 5월 10%이다.
특히 4월 산불이 산림에 가장 큰 상처를 남겼다. 산불 피해면적 중 4월 산불로 인한 피해는 전체의 45%에 달했다.
2009년 4월 6일 경북 칠곡, 2013년 울산 울주 등 최근 10년간 100㏊ 이상 산림피해를 냈던 대형 산불 7건도 모두 3∼4월에 발생했다.
당시 경북 칠곡 산불은 이틀도 안 돼 산림 407㏊를 집어삼켰다.
울산 울주도 불과 15시간 30분 만에 산림 280㏊가 잿더미로 변했다.
가장 큰 산불 발생 원인은 바로 '입산자 실화'다.
최근 10년간 산불 10건 중 4건이 입산자 실수에서 비롯됐다.
봄철 산불 위험기간에는 전국 주요 산마다 입산을 금지하지만, 불법·무단 입산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이어 논·밭두렁 소각에 따른 산불 확산이 18%를 차지했다.
논·밭두렁 태우기가 농사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산불 위험만 높인다는 당국의 거듭된 설명에도 농·산촌의 많은 주민이 관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2016년 산불통계연보에 기록된 최근 10년간 산불피해 금액은 총 1천112억6천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가 단순히 이같이 임목 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진화 과정에 드는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복구비용, 생태계가 산불 이전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잃어버리는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포함하면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든 엄청난 피해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평가 결과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26조원에 이른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토사 유출방지, 산림 휴양, 수원 함양, 산림 경관, 산소생산 등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이병두 박사는 "산불 피해지가 숲 형태를 갖추려면 최소 30년이 걸린다"며 "숲이 공익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5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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