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 제주시 생활체육…공무원·운동감독 짜고 횡령
제주경찰, 9명 입건…당시 시장 등 간부 5명은 일부 비위 방조혐의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생활체육 예산을 담당하며 각종 방법으로 장기간 수천만 원을 횡령한 공무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간부급 공무원들은 이를 묵인하거나 일부는 돈을 받았고 생활체육계 인사들도 받은 예산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비리의 온상이 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제주시에서 2004년 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10년간 운동경기부와 체육육성담당 업무를 하며 비리를 저지른 혐의(업무상 횡령, 허위공문서 작성)로 공무원 강모(4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는 생활체육 감독인 홍모(56)씨와 최모(54)씨 개인계좌로 45차례에 걸쳐 대회 출장비와 전지훈련비를 부풀려 5억5천만 원가량을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3천38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자신의 승합차 구매 할부금을 마련하려고 퇴직 직전인 2013년 1월 특별우대수당을 신설, 2016년 4월까지 홍씨의 계좌로 예산을 보내 할부금으로 2천390만원을 납부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또 국외 전지훈련 여비 공문서를 허위로 만들어 1천880만원을 제주시 체육 지도자·운동선수의 관광 여비로 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제주시장·부시장·국장·담당부서 과장·계장 등 5명의 간부는 강씨가 제출한 국외 전지훈련 여비 공문서가 허위임을 알고도 결재, 예산을 관광 여비로 쓰도록 공모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 중 당시 계장인 강모(56)씨는 2009년 12월 국외 전지훈련에 동참하면서 생활체육 감독인 최씨에게 지급된 체류 예산 중 500만원을 돌려받은 혐의도 있다.
제주시 담당 부서의 예산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자 생활체육계의 전반적인 비리로도 이어졌다.
생활체육 감독 홍씨는 12차례에 걸쳐 전지훈련비와 대회 출전비 3천950만원을 개인 채무 변제에 써 횡령한 혐의 등이 드러났다.
최씨도 3차례에 걸쳐 제주시의 직장경기 사업보조금 286만원을 개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생활체육회 전 팀장인 한모(44·여)씨도 2014년 6월 제주시의 보조금으로 스포츠용품을 산 것처럼 지출결의서를 작성, 490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체육회 소속 직원 3명이 1년 미만으로 재직해 퇴직급여를 줄 수 없으나 허위 지급 명세서를 만들어 363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생활체육 감독인 홍씨와 최씨, 생활체육회 전 팀장인 한씨도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운동경기부와 체육육성 등 2개 업무에 연간 수억 원의 사업예산이 집행되는데도 제주시는 담당자 1명에게 이를 장기간 맡기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전반적인 생활체육 비리로 문제를 키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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