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이 고민인 KIA 김민식 "드래곤볼 찾으러 다녀야죠"
타율 0.236이지만 득점권은 0.400…기회에 강한 타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일본 만화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대표작 '드래곤볼'은 주인공 손오공이 7개의 드래곤볼을 모아 신룡에 소원을 비는 내용이 주된 소재다.
자신보다 강한 이를 물리쳐달라는 소원 빼고는 대부분 들어주는 신룡에 '공을 방망이로 잘 치게 해달라'는 소원은 어렵지 않은 '민원'일지도 모른다.
KIA 타이거즈 안방마님으로 거듭난 김민식(28)에게 타격은 쉽게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오죽했으면 "시즌 끝나고 드래곤볼 찾으러 다녀야겠다"고 농담할 정도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김민식은 23경기에서 타율 0.167(24타수 4안타)로 첫 시즌을 보냈고, 작년에는 백업 포수로 본격적으로 활약하며 88경기에서 타율 0.257(144타수 37안타), 2홈런, 14타점을 올렸다.
올해는 타율이 생각보다 안 따라온다. 34경기 만에 89타석을 소화할 정도로 타격 기회를 충분히 받는 가운데 타율 0.236(89타수 21안타),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내가 아무리 잘 치다고 해도 3할을 하긴 힘들 거 같다. 대신 수비에서 빈틈없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민식은 하위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무서운 8번 타자'다.
득점권 타율은 0.400(20타수 8안타)이며, 타점도 10개나 된다.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이 0.159(44타수 7안타)에 그치지만, 일단 주자가 나갔을 때는 0.311(45타수 14안타)까지 뛴다. 게다가 만루에서는 3타수 3안타 4타점으로 100% 안타를 때렸다.
또 수비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
12일 문학 SK전에서 결정적인 송구실책을 하고서는 "손이 공에 안 잡혔는데 무리해서 송구하다가 좌익수 앞으로 가고 말았다. 부끄러워서 땅에 들어가버리고 싶을 정도"라고 자책했지만, 김민식은 선두 KIA의 주전 포수로 손색없는 기량을 뽐낸다.
2012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김민식은 박경완 SK 배터리코치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첫 포수나 다름없다.
백업 포수로 수비 능력을 인정받은 김민식은 지난달 KIA의 강력한 요청으로 4대 4 트레이드의 주인공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당장 KIA는 김민식 덕분에 포수난을 해결했다. 블로킹과 강한 어깨, 수준급 투수 리드까지 겸비한 김민식은 KIA 마운드 안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러한 평가에 김민식은 "좋은 투수들 덕이다. 오히려 투수들이 알아서 잘 던져줘서 편하다. (이적하고 보니) 괜히 잘 던지는 게 아니더라. 그리고 사인을 내도 (고개를) 잘 안 흔들고 따라와 준다. 거기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더 생각해서 신중하게 사인도 낸다"고 전했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