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허니문 없다" 바른정당 "협력·견제"…범보수 다른길
한국당 "저항도 불사"…바른정당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류미나 기자 = 범보수의 두 정당이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강한 야당'을 내걸고 공세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바른정당은 견제와 협력의 양면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9년여 만에 공수가 뒤바뀐 한국당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갈수록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을 향해 "여당 2중대 비슷하게 끌려간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만은 제1 야당답게 정부·여당을 강력히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가 독재 환상에 빠지고 독선 정치를 한다면 자유한국당은 견제와 비판을 넘어 강력한 저항도 불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정부가 정상궤도를 이탈해 독주하거나 특정 이념과 세력에 집착해 헌정의 핵심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흘 전 원내대책회의 발언보다 한층 공세 강도를 높인 것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인사 등에도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정윤회 문건 파동' 자체 조사 방침에는 "갈등과 분열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어리석은 결정", 국정역사교과서 폐기에는 "정부가 수년간 노력 끝에 완성한 국정교과서를 대통령 직접 지시로 폐기하는 것도 독선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를 비판하는 한국당 논평에는 "개혁을 빌미로 보수를 불태우고 궤멸시켜 20년 장기집권의 길을 가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한국당이 '허니문' 없이 공세에 나선 것은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줘야 살아남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권한대행의 지적처럼 "이념과 철학 자체가 다른 정당"으로서 '강성 야당'의 길을 통해 다음 선거 승리와 재집권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16일 대선 패배 후 소속 의원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인 의원총회를 통해 본격적인 대여(對與) 공세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정치 환경을 맞아 선명한 대여 노선을 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세월호 재수사,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에 여론이 부글부글하고 임종석 비서실장 등 인선도 신뢰를 못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바른정당은 견제하되 협력도 하는 양면 작전을 펴는 분위기다.
바른정당의 실질적 대주주 격인 김무성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혁정당으로서 개혁적이고 진취적인 차별화 행보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여당을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지만, '강성 야당'의 길을 걷는 한국당과 차별화를 통해 개혁보수 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 인선을 평가한 11일 바른정당 논평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86세대 운동권 인사가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임명에 각각 "검찰개혁 의지가 있어 보인다", "인사 구성이 양성 평등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등의 후한 평가를 했다.
조 수석 임명에 "사회주의혁명 운동에 가담해 구속까지 된 인물이 법치와 원칙을 세울 수 있는 적임자가 될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한국당 논평과 대조적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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