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식용유 닦은 휴지 "잘못 다루면 불난다"(종합)
진해·대구 등서 잇단 화재…"자연발화 가능성 낮지만 식혀 버리는 게 바람직"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김준범 기자 = 뜨거운 기름을 닦아낸 휴지를 무심코 버렸다가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15일 0시 10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빌라 7층 거실에 있던 비닐봉투 쪽에서 불이 났다.
불은 비닐봉투 옆에 있던 신문지, 종이박스를 태우고 벽면을 타고 올라갔다.
주변에 있던 휴대용 부탄가스통 3개로 옮겨붙어 가스 폭발로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베란다 창문 3개가 깨져 빌라 밖에 주차된 차 2대도 일부 파손됐다.
불은 빌라 내부 10㎡를 태우고 25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10분 만에 꺼졌다.
거주자 정모(37·여) 씨는 "전날 낮 가스버너로 튀김을 한 뒤 튀김기름을 닦은 휴지를 비닐봉투에 넣어뒀다"고 소방당국에 진술했다.
당초 소방당국은 정 씨 진술과 다른 발화원이 없는 점 등에 미뤄 튀김기름을 닦은 휴지에 열이 쌓여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이 이날 오전 추가 조사를 하고 경찰도 현장에서 1차 감식을 한 결과 두 기관은 비닐 주변에 있던, 후라이팬이 올려진 가스버너에 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났을 가능성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가스버너에서 발생한 열이 주변 비닐 안 기름 묻은 휴지에 전달돼 휴지에서 불이 시작된 건지, 아니면 불 켜진 가스버너에서 화재가 먼저 난 건지 등을 밝혀낼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조사가 끝나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면서도 "기름을 닦은 휴지를 버릴 때는 열원이나 가연성 물질 주변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6일에는 대구에서도 유사한 화재가 있었다.
당일 오전 10시 40분께 동구의 한 아파트 안 쓰레기통에서 불이 나 주방 15㎡를 태우고 25만1천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불은 50여분 만에 꺼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뜨거운 식용유가 묻은 휴지와 쓰레기봉투가 장시간 닿아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새벽에는 대구시 달서구의 한 치킨집에도 불이 나 주방 일부를 태우고 16만5천원가량 피해를 냈다.
불은 튀김옷 찌꺼기를 모아둔 용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온도가 높은 찌꺼기가 쌓이며 열이 갇혀 불이 난 것으로 판단했다.
2015년 12월 27일 오전 3시께는 서울 성북구 다가구 주택 3층에서 불이 났다.
주민 한 명이 삼겹살을 구워 먹은 뒤 프라이팬을 닦은 휴지를 쓰레기봉투 안에 버린 게 원인이었다.
소방당국은 삼겹살 기름 열이 봉투 안에서 쌓이다가, 봉투에 있던 다른 가연성 물질에 옮겨 붙은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뜨거운 기름을 닦아낸 휴지를 버렸다가 (그 휴지 만으로) 자연발화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는 일반 생활 속에서 경험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다만, 주변에 발화점이 낮은 물질이 있거나 가연성 물질이 있으면 불이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휴지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온도를 식힌 뒤 버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도 기름을 닦아낸 휴지를 버릴 땐 별도 용기에 반드시 식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소방서 측은 "뜨거운 기름을 닦은 휴지는 불이 잘 안 붙는 유리 그릇 등 별도의 그릇에 담아 다 식히고 난 뒤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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