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포럼서 대화 모색하던 中, 北미사일 도발에 '당혹'
국가행사에 재 뿌린 北에 '격분' 분위기도…'북핵 협상 돌파구 찾기' 난관 겪을 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은 14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 맞춰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자 당혹해 하며 내심 격분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국 보도를 인용해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를 속보로 긴급 타전하면서도 별다른 해설을 곁들이지 않고 이번 사태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중국 외교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7시간 만에 내놓은 성명에서 "현재 한반도 상황은 복잡하고 민감하며 모든 관련국은 자제하고 지역 긴장을 더 악화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례적 반응을 내놓았다.
올해 최대 국가행사인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하는 중국 측 바람과 함께, 복잡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이번 돌발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당혹감이 읽힌다.
중국으로선 또다시 북한이 자국의 중대행사에 '재'를 뿌려 자국의 체면을 깎았을 뿐 아니라, 이번 포럼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의 기회를 탐색해보려던 계획도 어그러지게 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일대일로 포럼에 초청한 것에 반대 입장을 표했던 미국에 대해 "모든 국가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되받아쳤던 중국은 더더욱 할 말을 잃게 됐다.
중국은 그간 북한과 관영 매체를 통해 설전을 벌이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암중모색하던 상황이었다.
특히 한국의 신정부가 등장한 시점에서 이번 포럼에 남북 대표 모두를 초청해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 보려는 게 중국의 의도였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의 이상수 수석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한반도 긴장완화가 자국 이익에 기여한다고 보고 남북 회동을 주선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6자회담의 모든 당사국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남북이든, 북미든, 또 비공식 회동이든, 비밀 접촉이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양자 협상 분위기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남북 대표가 포럼 중간에 만날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의 일상적 인사는 긴장과 적대의 끝을 알릴 수 있는 선의의 제스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런 중국의 구상을 무위로 돌릴 공산이 크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 측 명분을 약화하는 구실을 하게 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에 공조하는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수 있으며, 자국의 핵·미사일 개발 일정에 중국의 반대는 고려치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우려는 커진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대화국면에서 또다시 협상 카드를 늘림으로써 '몸값'을 올리고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 밖에도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이 칼빈슨 항모전단이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번 도발이 이달 초 미국 하원에서 통과한 '초강력' 대북제재법에 대해 북한이 미 하원에 항의 서한을 보낸 직후 이뤄진 점에 중국 매체는 주목했다.
북한은 최근 부활시킨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명의의 서한을 미 하원에 보내 원유 수입 봉쇄 등 전방위 대북제재 방안을 담은 법안이 "조선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침해하고 내정 불간섭 원칙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속에 이번 일대일로 포럼이 한반도의 국면을 타개할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자오퉁(趙通) 칭화(淸華)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도 "29개국 정상과 대표가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복잡한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해 힘을 쏟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포럼의 논의 주제가 일대일로를 통한 무역 증진에 대부분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북핵 문제에서 뾰족한 협상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은 미미한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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