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이라 안 돼"…딸이름 이방카로 하려다 거부당한 사우디男

입력 2017-05-14 14:31
"이국적이라 안 돼"…딸이름 이방카로 하려다 거부당한 사우디男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한 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이 자신의 딸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름인 이방카로 지으려다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스위크에 따르면 사우디 북부 국경지대인 아라르에 사는 살렘 아메르 살렘 알아야시 알안지는 지난달 말 딸이 태어나자 이름을 이방카라고 짓고, 지역 보건부에 출생신고를 마쳤다. 수도 리야드에 있는 호적 담당 부처에도 등록 신청을 했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이방카라는 이름이 쓰인 유례가 없어 '사우디 이방카' 아기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알안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딸의 이름을 이방카라고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트럼프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해 미사일로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 것이 희생된 어린이들을 위한 복수였다고 주장하며 "이방카 아버지의 지도력을 존경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사우디 일간 아랍뉴스는 알안지가 이방카와 같은 이국적 이름이 사우디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친구들의 말에 자극받아 이 이름을 고집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은 2014년부터 왕가와 관련이 있거나 사우디 종교와 문화에 반하는 이름의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린다, 일레인 등의 이름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됐지만, 알안지는 이방카라는 이름이 종교적이나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름을 붙인 이유에 상관없이 알안지는 딸의 이름을 이방카로 할 수 없었다.

호적 담당 부처가 이름이 너무 이국적이라며 사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알안지는 사우디 일간 오카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름이 너무 이국적이라서 쓸 수 없다고 담당기관이 알려줬다"며 "이름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들은 법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딸의 이름을 대신 '루마'라고 지었다며 "내 딸의 정식이름이 이방카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은 아이를 계속해서 이방카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9일 첫 해외순방국인 사우디를 방문한다.

이에 그와 동행하는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가 사우디에서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지난 2015년 고(故)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조문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할 당시 히잡을 쓰지 않아 "무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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