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네' 이사가는 날…주민들 "오실때도 환영받기를"

입력 2017-05-13 18:20
'대통령네' 이사가는 날…주민들 "오실때도 환영받기를"

"서민을 위해 일하고, 빈손으로 다시 오는 대통령이 됐으면"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김현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로 이사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에는 주민과 지지자 수백명이 몰려나와 그가 진정 서민을 위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응원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수십명의 주민과 지지자들이 사저 빌라 정문 앞에 진을 쳤고, 오전 10시께가 되자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신을 전담 취재한 기자들과 함께 오전 등산을 갔다. 주황색 등산복 차림의 문 대통령은 주민들과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나눴다. 갓난아이를 안아주기도 했다.



주민들은 빌라에서 홍은사거리로 향하는 길 군데군데 모여 서서 문 대통령이 탄 차량을 향해 손은 흔들거나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등산 뒤 빌라로 돌아오지 않고 청와대로 갔다. 그가 떠난 뒤에도 20여명의 지지자들이 남아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오후 3시를 전후해 폭우가 한차례 쏟아졌으나 인근 상가에서 비를 피하며 자리를 지켰다.



오후 5시10분께 김 여사가 개인 짐이 들어있는 듯한 검은색 트렁크 가방을 직접 들고 사저를 나와 검은색 승용차에 실었다.

그러고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주민, 지지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빌라 정문에 앉아있던 할머니 민원인이 울분 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하자 눈시울을 붉혔다.

주민들은 문 대통령이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동네 주민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했다.

옆 동네 산다는 김모(51)씨는 "다른 당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등 처음부터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셔서 매우 기대된다"라면서 "역대 없었던, 나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안아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배웅을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주민 김숙례(71·여)씨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악수를 못 했다"며 아쉬워하면서 "서민을 위해 일하고, 빈손으로 다시 오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꼭 우리 동네 주민으로 다시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주민은 문 대통령이 이곳에 사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김모(36·여)씨는 "대통령이 될 정도라면 더 큰 단독주택이나 고급주택에 살 것 같은데 서민들이 사는 이 동네에 (문 대통령이) 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혜명(53·여)씨도 "문 대통령이 여기 사는 줄 몰랐는데, 워낙 조용했던 이 동네가 즐거운 분위기가 됐다"라면서 "주민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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