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2년반 만에 '부활' 준비하는 해경…설렘·긴장 교차

입력 2017-05-13 09:31
해체 2년반 만에 '부활' 준비하는 해경…설렘·긴장 교차

문 대통령, 해경 독립 공약…해경 "달라졌다는 평가 받도록 준비"



(세종=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그래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4년 5월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내놓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64년 해양경찰 역사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해양경찰청은 박 전 대통령의 담화에 따라 같은 해 11월 해체, 새로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편입됐다.

1953년 12월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출범한 지 61년 만이었다.

그렇게 해체된 해경이 2년 반 만에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해경청 부활'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바닷가가 아닌 정부세종2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맞은 해경 직원들의 표정에서 부활의 설렘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국민안전처 건물 곳곳에서는 다른 직원들과 마주치는 해경 직원들이 "언제, 어디로 가느냐"는 덕담 섞인 인사를 받고는 멋쩍은 미소를 짓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초동 대응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도출된 해법이 '해경 해체'라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의문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안전처 안팎에서도 해경의 독립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최근 들어 서해 등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 폭력 저항이 극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상안전 외에 해상치안이나 영해수호의 임무까지 담당하는 해경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면도 있다.



한편으로는 긴장감도 엿보인다.

단순히 이름만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 후 부활하는 과정에서 해경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경 고위 관계자는 "새로 태어나는 해경이 국민에게서 '이래서 필요하구나'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어떻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야 할지 내부적으로 준비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아무래도 국민이 '세월호 참사 후 해체됐다가 다시 만들어졌으니 어디 잘하는지 보자'는 생각으로 지켜보시지 않겠느냐"며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경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새로운 해경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목표가 반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우선 과제로는 정보·수사 기능의 정상화가 꼽힌다.

해체되는 과정에서 정보·수사 기능이 대폭 경찰청으로 넘어가면서, 일선 해경서에서의 수사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라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원 기준으로 750명 수준이던 해경의 정보·수사 인력은 현재 260여명으로 3분의 1이 됐다.

해경 관계자는 "경찰서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하는 해경서에 정보 인력은 3∼4명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실제 정보수집이나 수사활동에 나설 여력이 되지 않아 기존 정보망에 의존해 '현상 유지'만 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수사는 해상의 치안과 경비 활동에도 기반이 되는 기능이기 때문에, 정상화돼야 해상치안 공백을 없애고 국민 불편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립되는 해경이 어느 곳에 본부를 둬야 하는지도 이런 고민을 녹여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해체 전 해경본부가 있던 인천으로 돌아가는 방안, 지난 2년여 동안 자리를 잡은 세종에 계속 남아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근 들어서는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해경이 출범했던 곳인 부산에 자리를 잡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천의 경우 서해5도와 북방한계선 등 현장과 인접한 상징성이 있고 기존 청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인천으로 돌아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해경은 보고 있다.

오히려 세종에 머무르는 것이 상황관리 내용을 중앙행정기관과 빠르게 공유하면서 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바다를 관리해야 하는 해경본부가 내륙에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3군 본부가 계룡대에 있듯이 꼭 해경이 바다에서 상황을 관리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해경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해경이 어디에 있는 것이 나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다"며 "어디로 가는 것이 해경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가를 기준으로 정부에서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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