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외교 '투트랙'…외무성·외교위 동시 가동

입력 2017-05-13 05:00
수정 2017-05-13 07:55
北, 대미외교 '투트랙'…외무성·외교위 동시 가동

北 외무성은 美 국무부, 최고인민회의 외교위는 의회 상대

남성욱 교수 "목적 따라 외교주체 달리하는 표적화 외교"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이 내각 외무성과 함께 최근 부활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동시에 가동하며 '투트랙(Two Track)' 대미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의 외교라인 강화 조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북 압박외교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는 지난 12일 새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킨 미국 하원에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하원이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대북 차단 및 현대화법(H.R.1644)'을 지난 4일 본회의에서 가결한 데 대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가 "강력히 규탄하고 전면 배격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는 항의서한에서 "미 합중국 국회 하원은 남의 나라 일에 제 나라 법으로 간참(참견)하고 압박하는 길로 나가는 경우 그 결과가 어떠한 비참한 후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그려볼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달 중순 열린 제13기 5차 회의를 통해 19년 만에 부활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가 '카운터파트'에 해당하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대북제재법 입법 활동에 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정권의 실세'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는 향후 각종 성명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북한을 겨냥해 각종 제재 법안을 양산해내는 미국 의회를 상대로 맞불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한 헌법에 규정된 것처럼 국가의 (외교) 정책안을 수립하거나 심의하며 그 집행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또 대외 공식창구인 외무성을 동원해 대미외교에 나서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지난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미국의 외교·군사 분야 전직 고위급 인사들과 가진 접촉이 대표적 사례다.

북미 간 공식 채널이 아닌 1·5트랙(반관반민) 대화라 비중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국 측 인사로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대사를 역임한 토머스 피커링과 윌리엄 팰런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등이 포함돼 있다.

한성렬 부상과 함께 대미외교의 양대 축을 형성한 최선희 국장의 발언은 미국 측 참석 인사들을 통해 미국 정부에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탐색전을 벌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참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는 정통외교관 일색인 외무성에 비해 외무성은 물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조선직업총동맹(직총), 김일성-김정일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등 각계각층을 망라한 만큼 대외메시지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은 여론이 다양해 행정부와 의회가 북한처럼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한 결과"라면서 "목적에 따라 (다른) 기관이 나서 외교를 펼치는 일종의 '타깃팅(Targeting.표적화) 외교'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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