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 소신파 박형철, 부패 척결 책임자로 공직 복귀
검사 시절 '공안통' 인정…'항명 논란' 후유증에 좌천 거듭 결국 사직
부패 방지·척결 시스템 구축, 고강도 검찰 개혁 작업 밑그림 그릴 듯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 이른바 '항명 논란'에 휩싸여 좌천성 인사로 결국 검찰을 떠났던 박형철(49·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가 12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돼 공직으로 복귀했다.
박 비서관은 새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부패 청산 작업 실무를 이끌며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검찰 재직 당시 공안 검사로 오래 일한 박 비서관은 뛰어난 실력과 원만한 성품으로 선후배, 동료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5년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이끈 안기부·국정원 도청수사팀에 참여하는 등 평검사 시절부터 공안 수사를 주로 맡으며 '공안통'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공안 분야의 주요 보직인 대검찰청 공안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 등을 지냈다.
'면도날'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정예 수사력을 인정받았지만, 2013년 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일할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팀 합류가 결정되면서 검사 생활에 큰 굴곡을 겪었다.
당시 수사팀 부팀장으로, 팀장인 윤석열(56·23기) 검사와 함께 수사 실무를 이끈 박 비서관은 수사 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의 체포 등 절차를 상부 보고 없이 집행했다는 이유로 '항명 논란'에 휩싸였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 검사가 조영곤 당시 중앙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지검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진위 논란과 함께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이후 징계위원회가 열려 윤 검사는 정직 1개월, 박 검사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이듬해 인사에서 수사 업무와는 거리가 먼 지방의 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이들로부터 의혹 제기 대상이 된 조 지검장은 검찰을 떠났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1월 인사에서도 부산고검으로 가게되자 결국 사직했고,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청와대는 박 비서관의 이런 이력 등을 통해 "어떤 타협도 없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집행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수사능력'과 함께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당시 윤석열 검사와 함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며 자질과 성품도 높이 평가했다.
반부패비서관은 '부패 근절'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건 문 대통령의 취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신설된 자리다. 박 비서관은 검찰 재직 때 경험을 토대로 체계적인 부패 방지 및 척결을 위한 검증·사정 시스템 구축 등의 역할을 맡아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학자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 김수남 검찰총장의 전격 용퇴 등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 개혁' 격랑이 이는 가운데 '능력 있는 검사'였으나 결국 미운털이 박혀 조직을 떠나야 했던 박 비서관이 합류하면서 관련 작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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