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대기업 저승사자' 공정위 조사국 부활 빠르게 추진

입력 2017-05-15 06:01
수정 2017-05-15 10:40
새정부,'대기업 저승사자' 공정위 조사국 부활 빠르게 추진

12년 만에 부활…일감 몰아주기·납품단가 후려치기 감시 강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금융소비자 전담기구 설치부터 논의

(서울=연합뉴스) 정책·금융팀 = 문재인 정부는 정부 조직 개편·정비 관련 공약 중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 부활을 가장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 개정이 필요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큰 틀의 변화는 중장기 과제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한 상황이라 일단 '국정 안정'을 우선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공약을 입안한 대선 캠프 주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내각 구성이 완료되면 먼저 공정위 조사국을 부활시켜 주요 대기업의 부당행위 감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10대 공약 가운데 3번째 순서로 배치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세력의 국정농단, 대기업의 유착 사실이 밝혀지며 조기에 치러진 터라 재벌개혁은 새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재벌개혁을 뒷받침하는 것이 공정위의 조사국이다.



조사국은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와 정보 수집을 전담했던 조직이다. 30∼40명의 인력이 투입돼 '공정위의 중수부',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1996년 말 탄생한 후 대기업을 집중 감시했으나 기업 반발이 거세지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2월 해체됐다.

공정위는 '경제 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초반인 2013년 조사국 부활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조사국이 12년 만에 다시 생기면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할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국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한 조사가 강화될 수 있다.

공정위 조사국 신설은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거치면 되기 때문에 빠르게 추진되지만, 법을 개정해야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빨라야 내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금융정책·금융감독·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 효율적인 금융감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에 집중된 기능을 분산시켜 금융시장의 견제와 균형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 데다 금융위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문제이기도 해 큰 틀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개정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논란만 커질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인수위가 없는 정부이기 때문에 안정이 최우선"이라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정부 조직 전체를 바꿀 수 있을 때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 보호 전담 기구 설립에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보호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지금은 금융감독원 산하에 있지만 이를 떼어내 독립적 기구로 격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금융소비자 전담 기구를 설치해 금융소비자 정책을 체계화하겠다"며 "금융기관의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약탈적 대출 등 금융피해에 대해 즉각적 구체절차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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