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해군 겨냥 "'돈 먹는' 항모 사출장치 버려라"

입력 2017-05-12 11:46
트럼프, 이번엔 해군 겨냥 "'돈 먹는' 항모 사출장치 버려라"

핵항모 설치 전자기사출장치 비난… "차라리 기존 증기사출장치 써라"

국방부 발언 진의 예의주시…"신기술 이해부족서 나온 것"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지난해 대선 유세기간 '돈 먹은 하마'라며 차세대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계획에 제동을 거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항공모함의 함재기 출격 지원 체계에 반감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당시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대당 가격이 1억 달러가 넘는 F-35기 도입 대수를 줄이고 대신 성능이 향상된 F/A18-E 전투기 구매를 확대하겠다며 제작사를 압박, 도입 가격을 인하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발간된 시사주간 타임과 인터뷰에서 항모 탑재 전투기 이륙을 도와주는 전자기사출장치(캐터펄트, EMALS) 설치 비용이 과도하다며, 해군에 대해 EMALS 설치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의 증기사출장치를 이용하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사출은 짧은 비행갑판을 가진 항모에서 전투기 등이 안전하게 출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으로, EMALS는 핵 항모의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강력한 전자기의 힘으로 전투기를 급가속시켜 안전한 출격을 지원한다.

트럼프는 이 인터뷰에서 지난 3월 2일 취역 예정인 포드급 핵 추진 '슈퍼 항모' 제럴드 포드함(CVN-78)을 방문한 자리에서 항모 '캐터펄트'와 관련한 해군 관계자들과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들로부터 EMALS도 전투기 사출에 충분한 위력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적인 기술을 유지하려고 수억 달러나 되는 디지털 캐터펄트 장치인 EMALS를 차기 항모에도 계속 설치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더구나 증기 사출장치로도 운용할 수 있는 데도 복잡한 디지털 방식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문제는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엄청난 비용에도 EMALS가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기존의 증기 사출장치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네이비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런 발언에 미 국방부와 해군은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으나 신경이 곤두서있는 분위기다.

이르면 올 연말쯤 취역할 포드 함에 이어 이미 2015년 8월 건조에 들어간 두 번째 포드급 항모 존 F. 케네디 함(CVN-79)에도 EMALS 설치 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 건조에 들어가는 같은 급의 세 번째 항모 엔터프라이즈 함(CVN-80) 역시 EMALS 설치가 기정사실화됐다.

익명을 요구한 해군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성능이 향상된 신기술 이전에 대한 반감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소식통도 트럼프가 업그레이드 현황및 계획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포드함에 설치된 EMALS는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전자기 방식으로 오랫동안 연구 개발 끝에 나왔으며, 비용 대비 효과에서 현존 최고라는게 관계자들의 평가다.실제 포드 함의 주동력원인 두 기의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기존 항모보다 250% 많고 EMALS 덕택에 함재기 발진 회수가 25%나 늘어나 작전 효율성 면에서 크게 개선됐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EMALS 추진사업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포드 함은 니미츠급 항모 대체 항모로 전력화 시험 등을 거쳐 오는 2021년까지 한반도 등을 관할하는 태평양 해역에 배치된다.

sh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