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2차입찰 연기 검토…"WD 마찰·실사지연이 배경"
6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펀드에 先매각하는 2단계 매각론 부상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東芝)가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한 2차 입찰 마감기한을 6월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설이 흘러나온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12일 보도했다.
도시바는 3월말 1차 입찰에 참여한 10개사 안팎 가운데 4~5곳을 후보로 압축한 데 이어 오는 19일 2차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이달 하순으로 마감기한을 연기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응찰 기업의 자산실사가 늦어지면 2차 입찰 마감을 6월 이후로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입찰에선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손을 잡은 미일연합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 SK하이닉스, 미국 브로드컴,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등이 경쟁하고 있다.
2차 입찰일 연기는 도시바메모리의 주력공장을 공동 운영해온 WD이 우선협상권을 주장하며 도시바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 등이 반영된 결과다.
WD는 지난달 입찰절차 중단과 독점교섭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도시바는 주력공장인 욧카이치공장에 WD 기술자의 출입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양측은 10일 수뇌부 회담을 했지만 대립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10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WD의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는 경제산업성 간부를 만나 매각교섭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KKR이나 산업혁신기구와도 협의하며 해결점을 모색했다.
WD는 시간을 갖고 도시바와 관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내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미일 펀드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입찰 연기 배경으로는 응찰 기업들의 자산실사작업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도 꼽힌다.
아울러 일본기업들이 소액씩 출자하는 이른바 '일본연합' 구축을 기다리는 측면이나, 입찰 기한을 늦춰 가급적 좋은 조건을 도출하려는 도시바의 노림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매각안'도 부상하고 있다. 이는 KKR이나 산업혁신기구 등 펀드연합이 우선 인수한 뒤 나중에 일부 주식을 사업회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이다. 반도체 관련기업 등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일부 일본 언론은 "도시바메모리는 이미 도시바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시간을 허비, 치열한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도 했다.
tae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