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모은 돈으로 관광 나선 한마을 주민…고속도로서 '날벼락'
충북 단양·강원 평창올림픽 경기장 둘러보고 귀가 중 '참변'
(평창=연합뉴스) 류일형 조성민 박영서 기자 = 영동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로 참변을 당한 60∼80대 노인 8명은 매달 1만원씩 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충남 당진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이 모인 동네 친목회 회원들로 '강원도 구경이나 하러 가자'며 11일 오전 7시께 당일치기 여행으로 마을을 나섰다.
각자 매달 1만원씩 걷은 돈으로 1년에 한 번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다.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서 동네 주민들은 예전부터 나이에 상관없이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다.
여행을 위해 빌린 스타렉스 승합차 운전대는 동네 지인인 윤모(64) 씨가 잡았다.
이들은 먼저 충북 단양에 들러 관광지를 구경한 뒤 평창을 찾았다.
여행은 길지 않았다. 평창에서 점심을 먹은 이들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을 둘러본 뒤 곧장 충남 당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창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던 이들이 날벼락을 맞은 것은 오후 3시 28분. 불행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173.6㎞ 지점에서 뒤에 오던 고속버스(운전자 정모·49)가 이들이 탄 스타렉스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김모(70·여) 씨와 강모(69·여), 신모(69·여), 양모(69·여) 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운전자 윤 씨와 다른 노인 4명도 경상을 입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피해자 가족들은 부리나케 피해자들이 입원해 있는 원주와 횡성의 병원으로 향했다.
한 생존자는 "꽝 소리가 나고 나서 죽는 줄 알았다"고 당시 사고 상황을 전했다.
이 생존자는 "이렇게 살아서 무슨 낯으로 마을로 돌아가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동고속도로 고속버스-승합차 사고 영상[https://youtu.be/u54GB41_hyk]
한편, 사고 장면이 찍힌 도로공사 CCTV에는 2차로를 주행하던 사고 버스가 같은 차로를 앞서가던 승합차를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들이받고서 20∼30m가량 진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고속버스 운전자 정 씨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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