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 1년…"중국교류 꿈틀" 연예계 촉각

입력 2017-05-12 07:00
수정 2017-05-12 08:19
금한령 1년…"중국교류 꿈틀" 연예계 촉각

"중국 업체들도 희망…실제 문의도 들어오기 시작"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이은정 기자 = '중국의 금한령(禁韓令)이 풀릴 것인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중국이 한류 콘텐츠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금한령 및 한한령(限韓令)을 가동, 한류를 차단한 지 1년째다.

금한령은 작년 4월 중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종방한 후 차츰 가시화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작년 6월 중순 외국방송 판권 수입을 강력히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이후 중국 내 SNS에서 '한류 퇴출' 괴담이 확산한 후 금한령은 현실화했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2년간 중국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연예계는 자구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중국을 대체할 거대 시장이 없어 애를 태워왔다.

새정부가 경색된 한-중 관계를 풀 수 있을지 관심인 가운데 연예계에서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중국쪽 분위기가 먼저 바뀌었다"

실제로 새 정부가 출범하자 중국 엔터테인먼트업계 분위기가 먼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스타 이광수, 김지원, 김범 등이 소속된 킹콩 바이 스타쉽의 이진성 대표는 12일 "정말 신기하게도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중국 광고 쪽에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으나 지난 6개월 이상 문의가 뚝 끊어졌었는데 갑자기 이번 주 모델 섭외 문의가 오고 있다"면서 "중국 쪽에서 바뀐 분위기에 맞춰 한류 모델 리스트업을 다시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한류스타 박해진의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의 황지선 대표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에서 막혔던 한류제품 물류가 풀렸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 "확실히 새정부가 출범하자 한류에 대한 중국 언론의 기류가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한류 드라마를 유통해온 유쿠, 아이치이, LETV 등 중국 동영상 업체들과도 다 통화했는데 곧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더라"고 전했다.

연예계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올해 안에는 중국 내 한류 드라마의 방송이 재개되고, 중단됐던 한-중 합작이 다시 시작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중국에 회당 40만 달러(약 4억5천700만 원)에 팔면서 중국 판매만으로 91억 원을 벌었던 제작사 바람이분다는 올 하반기 새로운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중국 시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으로 닫혔던 문이 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바람이분다의 조정호 대표는 "중국의 금한령으로 새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중국시장은 아예 배제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준비하는 새 드라마가 마침 중국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 중국이 금한령을 푸는 첫타자로 내세울 때 모양새가 좋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본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마지막 중국 특수를 누렸던 송중기·박보검의 소속사 블러썸미디어의 승병욱 이사는 "아직 중국 쪽 문의는 없다"면서도 "곧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냐"고 말했다.



◇ 가요계 "정치 갈등 해결돼 활동 재개되길"

중국 연예계와 손잡고 일하는 여러 음반기획사들도 한한령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여러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직접 만난 현지 연예 관계자들은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타당한 명분이 필요하다'면서 새 정부 출범이 기점이 돼 우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귀띔했다.

중국 매니지먼트사로부터 투자받은 한 음반기획사 대표도 "현재로선 당국의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곳도 있지만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콘텐츠를 선점하고자 접촉해오는 곳이 이미 있다"고 말했다.



가요계는 중국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컸던 만큼, 지난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시장을 다변화했지만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서는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힙합, 발라드 등 여러 장르의 가수들이 페스티벌이나 클럽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작곡가나 뮤직비디오 감독, 댄서, 스타일리스트 등 일부 스태프는 아예 중국으로 무게 중심을 바꿔 일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음반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만큼 한한령이 타개되길 희망하는 기대감도 큰 듯했다.

중국과 국내 합작 법인인 이엑스아이디의 기획사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는 "이엑스아이디도 지난해 말 중국 차트에서 상승세를 보이다가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며 "정치적인 갈등이 해결돼 가수들의 음원 발매나 작곡가들의 활동이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중 합작 걸그룹 우주소녀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도 "경색된 한중 관계가 풀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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