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충돌 속 존재감 커진 동남아…대북 압박 동참하나

입력 2017-05-11 16:56
북미 충돌 속 존재감 커진 동남아…대북 압박 동참하나

한반도 긴장 고조되면서 美대북압박 전략 주요 파트너로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한 문제에서 한때 제삼자였던 동남아시아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각종 외교 채널을 동원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들이 자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대표적 예다.

미국 측은 이 자리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이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최소화하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줄인 돈세탁·밀수 등을 단속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북 5대 수출국 중 하나인 필리핀과 태국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동남아를 미국 대북압박 전략의 주요 파트너로 활용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동남아는 북한이 무기 거래나 외화벌이를 지속하며 외교적 고립을 피하는 주 무대로 이용됐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이에 따라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자 그동안 사태를 관망했던 동남아 국가들이 대북 제재 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오는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동남아 국가들의 대북 접근법 변화를 보여주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무장관 대행은 "(북한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며 "만약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모든 아시아 지역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남아의 북한에 대한 태도변화는 아세안 순회의장국인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통화에서 미국의 입장대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FT에 "필리핀이 (아시아) 안보 문제에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올해 말 열리는 지역회의에 트럼프를 초청한 것을 언급하며 "그들은 그 자리에서 뭔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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