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태권도시범단 교차방문 다시 급물살…무주대회 공식초청

입력 2017-05-11 15:57
남북 태권도시범단 교차방문 다시 급물살…무주대회 공식초청

한국 주도 WTF, 북한 중심 ITF에 25∼30명 시범단 파견 요청

WTF-ITF 수장, 이달 초 로잔서 만나 협력 의지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교착상태에 놓였던 남북한 태권도의 교차방문 시범공연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11일 조정원 WTF 총재 명의로 국제태권도연맹(ITF) 리용선 총재에게 공문을 보내 다음 달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2017 WTF 세계선수권대회에 ITF 시범단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WTF와 북한이 주도하는 ITF의 수장이 최근 만나 양 단체 태권도시범단이 남북을 교차 방문해 시범공연을 하는 것을 포함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뒤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WTF 관계자에 따르면 조정원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리용선 ITF 총재와 북한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장웅 ITF 명예총재를 만났다.

WTF와 ITF의 남북한 교차방문 시범공연 추진은 2014년 두 연맹이 맺은 합의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조정원 총재와 당시 ITF 총재였던 장웅 IOC 위원은 2014년 8월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의정서에 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WTF 주관 대회 사상 처음으로 시범공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ITF는 임원을 포함한 22명으로 시범단을 꾸렸다. 단원 17명 중에서는 북한에서 여자 3명을 포함한 13명이 왔고 러시아와 체코 출신이 2명씩 포함됐다.

개회식 식후행사에서 ITF와 WTF 시범단은 차례로 20분씩 공연한 뒤 함께 무대에 올라 러시아 태권도 꿈나무 100여 명을 사이에 두고 간단하게 주먹 지르기와 발차기 동작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 ITF 시범단의 방한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WTF가 그해 10월에 ITF 시범단을 서울에 초청하려고 추진했으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위협 등으로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불발됐다.

올해 3월 WTF는 무주 세계선수권대회에 시범단을 보내달라고 ITF에 서신을 보냈으나 아직 회신이 없다.

이번에 시범단 파견을 다시 요청하는 공문을 통해 WTF는 25∼30명의 시범단 규모와 함께 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 때와 같은 방식으로 합동 시범을 펼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보다 더 구체적인 WTF의 바람이 담기면서 최근 양 단체 수장들의 로잔 만남에서 합의의정서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더 진전된 내용의 협의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하게 한다.

조 총재는 ITF 시범단의 무주 방문이 이뤄지면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선수권대회에 WTF 시범단을 파견하고 싶다는 의사도 재차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WTF는 아직 ITF의 초청장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WTF는 두 단체가 국제연맹이긴 해도 남북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교차방문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WTF는 ITF의 답신이 오는 대로 구체적인 준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hosu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