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주, '낙태는 범죄' 관련법 존속
NSW주, 비범죄화 법안 부결…관습법상 낙태 허용·처벌 안 해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최대 주인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는 오래된 법률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무위로 돌아갔다.
관습법상 낙태가 허용되고 처벌받는 사례도 없지만, 낙태를 범죄의 굴레에서 벗겨내기 위한 100여 년 만의 첫 시도는 일단 불발로 끝났다.
NSW 주의회는 11일 낙태를 처벌 대상의 범죄에서 제외하기 위한 법안을 놓고 표결을 해 25 대 14로 기각했다고 호주 언론이 전했다.
여야 주요 정당은 당론 없이 양심투표(conscience vote)를 허용했지만, 상당수 의원이 법안의 세부사항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결국 부결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 법안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반영하듯 낙태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의회 앞과 방청석에 포진한 채 시위에 나섰으며, 표결 결과가 발표된 뒤 방청석에서는 "부끄러운 줄 알라"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수 야당인 녹색당은 이번 법안을 제출, 이날 사상 처음으로 의회 내 토론과 표결까지 이끌었지만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이번 법안은 낙태 반대 시위자들로부터 여성과 의료진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낙태 시술 병원 밖에 150m의 안전구역을 설정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을 낸 메린 파루키 의원은 부결에도 불구하고 NSW 여성들의 권리와 관련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평하고 "낙태를 범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NSW주는 1900년에 마련한 범죄법에서 낙태를 범법행위에 포함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관습법에 따라 낙태가 허용되고 있고 처벌 사례가 없는 점도 이번 부결에 일조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