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銀 부양책 중단 조짐…채권금리 오르고 주가↓

입력 2017-05-11 16:47
주요국 중앙銀 부양책 중단 조짐…채권금리 오르고 주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시장에 돈을 풀기 위해 매입했던 국채를 매각하기 시작한다면 채권 금리가 오르고 주가는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국채 매각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고 회사채나 이탈리아 국채처럼 리스크가 높은 자산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의견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여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사하자 미국 국채에 대한 투매가 발생,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이상 떨어진 전례가 있다.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가장 많은 4조5천억 달러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연준과 일본은행이 각각 4조4천억 달러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행은 양적완화를 조기에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준은 이미 보유국채의 축소를 거론하는 단계에 있다. 투자자들은 ECB가 올해 하반기에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과 중앙은행들이 발표한 일련의 연구 자료를 보면 국채의 대량 매입은 미국과 영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를 1%포인트가량, 유로존에서는 0.5%포인트가량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채 금리의 하락은 중앙은행들의 매입으로 유통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물량이 부족해지자 채권 시장에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자연히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낮아졌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물량을 시장에 덜어내기 시작한다면 국채 금리는 상승할 것이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오른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압박을 줄어들게 될 것이다.

헤르메스 투신운용의 닐 윌리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의 3분의 1을 매각한다면 현재 1%인 금리를 3%로 인상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실세 금리가 오르면 미국 주식에는 악재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마크 헤펜스탈 최고투자전략가(CIO)는 "주식처럼 리스크가 높은 자산의 가격은 투자자들에게 비싼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월 현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02년 이후 최고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리스크가 높고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들은 중앙은행들의 국채 매입으로 가장 큰 덕을 봤다. 자료를 살펴보면 양적 완화가 발표된 이후 30일 동안 회사채나 이탈리아·스페인 국채가 큰 영향을 받았고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들에 미친 영향은 적었다.

만일 ECB가 매월 600억 유로(미화 66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자산은 이탈리아·스페인 국채나 회사채가 될 공산이 크다.

인베스코의 아르납 다스 선임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거시 경제적 동력이 취약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테이퍼링을) 신중하게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과도기에는 극도로 불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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