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권력' 靑총무비서관에 '흙수저 공무원' 파격 발탁

입력 2017-05-11 11:45
'문고리 권력' 靑총무비서관에 '흙수저 공무원' 파격 발탁

文대통령과 인연없는 기재부 공무원 선임…李비서관 "어제 연락받아"

비서실장이 다른 수석비서관과 같이 발표…비서관 공식발표 않던 前정부와 대조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강병철 기자 = 청와대 안살림을 담당해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11일 이정도 기획재정부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발탁된 것은 인사 내용과 발표 형식 면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내의 실무 인사와 재무·행정 업무, 국유재산과 시설 관리 등과 함께 대통령 가족 관리와 지원을 맡는 직책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최측근 인사가 이 자리를 맡아왔다.

일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측근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비서관이 총무비서관으로 있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고향 친구'인 정상문 전 비서관을 총무비서관으로 기용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를 받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총무비서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실제는 문 대통령과 무관한 이정도 비서관이 추천 과정을 거쳐 낙점됐다.

이 비서관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저녁에 공약 재정검토 중 제 소관 사항을 보고 있었는데 연락을 받았다"면서 "경제부처에서 재정·예산 분야 실무에 능통한 사람 추천받았는데 내가 적임자라면서 오늘 청와대로 나오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지방대를 졸업한 비(非)고시 출신으로 학벌과 배경을 중시하는 우리 공직사회에서는 대표적인 '흙수저' 공무원으로 꼽힌다. 그런 그는 행정고시 합격자 가운데 최상위권만 들어가는 기재부에서 7급 공채로 시작해 현재의 국장급 자리까지 오른 입지적적 인물이다.

특히 이 비서관은 청렴하고 강직한 모범공직자로 정평이 나있다. 문 대통령과는 전혀 일면식도 없고 아무런 개인적 인연도 없으면서도 중책에 기용한 것은 이런 이런 배경에서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하나의 파격은 발표 형식에서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비서관의 경우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다른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신임 총무비서관을 소개했다.

임 실장은 "오늘 눈여겨 봐주셨으면 하는 인사"라면서 "특별히 그동안 총무비서관 자리는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막후실세로 알려지기도 한 그런 자리인데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아온 것이 전례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이번에 총무비서관 자리를 예산정책 전문 행정공무원에게 맡김으로써 철저히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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