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승리해도, 패배해도 일 많다"…의원들 다독이기(종합)
선거대책위원장들과 오찬하며 재충전 의지 다져
선거운동 매진에 감사 표시…"대선백서 만들자" 제안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1일 대선 패배 이후 선거대책위원장들과 오찬을 하며 재충전 의지를 다졌다.
당분간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휴지기'를 갖기 전 함께 선거운동을 뛰었던 선대위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자리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낮 12시 여의도 모 호텔에서 박지원·손학규 전 중앙상임선거대책원장, 천정배·박주선·주승용·정동영·천근아·김진화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과 점심을 함께 했다.
안 전 대표는 호텔로 들어오며 기자들과 만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오찬을 잡은 이유에 대해 "열심히 하려면 승리했을 때나 패배했을 때나 일이 많다"며 "재충전은 그다음에 해야죠"라고 말했다.
충전기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냐고 묻자 "지난 4년간 하루도 못 쉬었다. 그래서 재충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급속충전이 될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식사 장소에 도착한 안 전 대표는 다른 의원들이 들어올 때까지 줄곧 문간에 서서 이들을 맞이했다. 전날 선대위 해단식 때보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었고, 피곤함을 떨친 모습이었다.
안 전 대표는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전 세대, 전 지역에서 골고루 20% 국민이 지지를 해주셨다"며 "국민의 성원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도 당을 잘 이끌어주시라"고 당부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또 "제가 부족해서 죄송하다.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며 "정확한 대선 평가가 필요하니 제 잘못을 포함해 백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 박지원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 과정의 에피소드를 나눴고, 단결하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나 현재 흔들리는 당 상황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안 전 대표가 강철같더라. 빨리 추스르고 낙천적인 모습이었다"며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제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덕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저녁 6시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세정·송기석·이용주 의원 등 의원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 측은 "오늘 오찬과 만찬은 기본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 위한 자리"라며 "안 전 대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데, 실패의 원인을 반추해 경험을 축적하는 내부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대선후보로 등록하면서 국회의원직을 던진 만큼 여의도 정치권 밖에서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안 전 대표가 해외를 방문해 재충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대선기간 한국을 미국, 독일,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4대 혁신국가의 반열에 올리겠다고 공언해왔다"며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배우고 혁신국가의 롤모델을 찾기 위해서 독일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2012년 대선 때 미국 출국을 놓고 뒷말이 많아 당분간은 출국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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