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탄차량서 내려 주민들에 "불편하셨죠"…셀카세례(종합)
달라진 대통령 출근길 표정…주민들 일일이 악수하며 격의없는 '스킨십'
대통령 경호지침 "주민불편 최소화하라"…출근 직전까지 주변 한산
경호원, 빌라 관리인에 "사람 많아 복잡하시죠" 친근하게 말 걸기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출근길부터 국민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 국회 취임식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과 격의 없이 인사하고, 부드러운 '파격' 경호를 보여준 데 이어 이날 홍은동 사저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출근길에서도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부드럽고 유연한 경호'의 기조가 출근길 풍경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 셈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문 대통령의 사저인 홍은동의 빌라 주변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전날 집무를 마친 뒤 귀가한 문 대통령 내외가 머무르고 있었지만, 경호원 6∼7명이 사저 앞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호인력은 점차 배가됐지만, '위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한 경호원은 홍은동 빌라 관리인에게 "사람이 많아서 복잡하시죠"라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다른 사복경찰은 문 대통령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줌인' 방법을 알려주면서 "그러니까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당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의 사저 출발을 앞두고 30분 전부터는 탐지견과 함께 빌라 주변을 도는 등 '불상사'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께 사저에서 나와 대기 중인 '방탄차량'에 올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몇 미터 채 이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멈춰 섰고,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단지의 입구 쪽에 모여 있는 20여 명의 주민·지지자들에게 다가갔다.
예상치 못한 문 대통령의 '하차'에 주민·지지자들은 환호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쇄도하는 '셀카' 촬영 요청에도 응하면서 "오, 잘 찍으시네요"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진짜 국민의 대통령"이라면서 환성을 질렀고, 또 다른 시민도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인사를 하네"라면서 활짝 웃었다. "수고하시고, 마지막 웃으면서 나오세요" 라고 응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고맙습니다"라면서 감사의 표시를 했다.
70대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문 대통령을 향해 큰절을 하려고 하자 "어이쿠"라면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쏟아지는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사이 수행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일정에 늦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과도 악수했다. 한 기자가 "오늘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로 출근하는데 어떤 마음가짐인가"라고 묻자 "허허"라고 짧은 웃음으로 답했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 주위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경호했고, 몰려드는 시민들을 지나치게 통제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약 3분가량 주민들과 인사를 한 뒤 다시 차량에 올라 청와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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