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香萬里] '인간' 찰스 英왕세자를 위한 변론

입력 2017-05-13 09:00
[書香萬里] '인간' 찰스 英왕세자를 위한 변론

다이애나妃 20주기에 조명한 찰스 왕세자의 삶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세기의 결혼'과 '세기의 이혼', 그리고 의문의 죽음.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妃)의 뒤엉킨 인연만큼 오랫동안 전세계인의 입에 오르 내린 '비극'도 흔치 않을 것이다.

15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 다이애나비가 프랑스 파리에서 충격적인 교통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여기에 찰스 왕세자와 당시 유부녀였던 카밀라 파커 불스의 러브스토리까지 가미되면서 아무래도 동정론은 다이애나비에게 쏠리는 게 인지상정일 터다.

여류 전기작가 샐리 베델 스미스(69)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지난달 펴낸「찰스 왕세자(Prince Charles)」는 찰스 왕세자에 대한 변론에 가까운 느낌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찰스 왕세자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집필 동기를 썼다.

그녀의 전작인 「다이애나 자아 찾기(Diana In Search Of Herself)」에서 다이애나비의 불행했던 삶을, 「퀸 엘리자베스(Elizabeth)」에서 아들의 굴곡진 인생을 지켜봐야만 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찰스 왕세자를 조명했다.

영국 역사상 300년래 가장 나이가 많은 왕위 계승자로 꼽히는 찰스 왕세자를 본격적으로 다룬 저작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물론 비교적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찰스 왕세자의 일상은 대중에게 어느 정도 익숙하다. 그렇지만 정작 사람들의 관심의 '인간 찰스'의 개인사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사를 꼽으라면 결혼과 이혼, 그리고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둘러싼 뒷얘기일 것이다.

이번 저작은 그런 궁금증에 초점을 맞춘 세밀화라고 볼 수 있다. 문화부 기자 출신인 저자는 왕실 관계자나 종교지도자 등과의 폭넓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동년배인 한 남성의 삶을 추적했다.

부제 '열정과 유별한 삶의 모순'(The Passions and Paradoxes of an Improbable Life)에 찰스 왕세자의 삶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불행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저자는 봤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이애나비와 결혼하기 전부터 카밀라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은 12살 연상의 왕위 계승자와 결혼해야 했던 다이애나비와 마찬가지로, 찰스 왕세자 역시 운명적으로 감당해야만 했던 불행이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전기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랜덤하우스, 5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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