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새 정부, 안보 위기 해소 서둘러야

입력 2017-05-10 19:00
[연합시론] 새 정부, 안보 위기 해소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의 몇 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먼저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며 먼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으로서, 한미동맹이 우리 외교·안보의 변함없는 중심축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밝혔다. 이날 국정원장에 내정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은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말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예고했다. 우리는 지난 5개월간 대통령 리더십 부재로 주변 열강의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듯한 상황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에 당사자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앞의 안보 현실은 그 어떤 것도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한반도 정세는 단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정도로 불안의 연속이었다. 북한은 여전히 6차 핵실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그동안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던 트럼프 정부가 뜬금없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일본 교도통신이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냥 넘겨버릴 일만은 아닌 듯하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거래' 내용을 우리가 다 안다고 장담할 순 없는 일이다.

새 정부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시각은 미묘하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양국 간 영원한 우정과 파트너십을 심화하기 위해 문 당선인과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주요 언론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문 대통령과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중국은 사드 문제로 촉발된 한중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 관계 개선에 도움되는 일을 하기 바란다'는 사평(社評)을 실었다. 문 대통령에게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안보 위기 해소가 급선무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통령이 안보 위기 해결 의지를 천명한 만큼 하루빨리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일본 등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국민의 안보 불안을 씻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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