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화합과 소통 예고한 문 대통령의 취임 첫날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소통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5.9 대선' 다음날인 10일 오전 8시 9분 중앙선관위의 대통령 당선인 결정안 의결과 함께 임기를 공식 개시한 문 대통령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합참의장과 통화해 안보 상황을 챙기는 것으로 직무를 시작했다. 이어진 일정은 현충원 참배, 야당 방문, 취임선서식, 새 정부 첫 인선 기자회견, 후속 인사안 검토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의 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여러 언급도 쏟아냈다. 일관된 메시지는 '독주는 없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면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에 앞서 야당을 잇달아 찾아간 것도 말만 내세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협치와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첫 인선 발표에도 직접 나섰다. 당선되자마자 업무에 돌입하는 바람에 청와대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취임 첫날부터 기자회견을 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향후 소통 방식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호남 인재 발탁을 통한 균형인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주영훈 경호실장 등도 직접 거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하루속히 국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비상 과도기로 유능한 내각, 통합형 내각을 신속하게 출범시켜야 한다"면서 국회의 조속한 인준 협조를 '정중히'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첫날은 전례 없는 광폭 행보와 형식 파괴라 할 만하다. 어쩌면 대통령이 퇴근길 시민들과 어울려 격의 없이 막걸리를 나누는 현장을 목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을 수행하면서 힘들고 외롭고, 어쩌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권력에 기댔으면 하는 유혹이 생길 수도 있다. 당장 총리에 이어 각 부 장관을 내정하고 청와대 진용을 짜는 단계부터 순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조각이 본격화하면 미처 생각지 못한 허점과 비판이 나오기 마련이다. 새 정부의 개혁과제를 본격 추진하다 보면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여건이 어려워지고, 시일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임 첫날의 초심이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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