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자사고·외고 폐지되나?"…학생·학부모 '촉각'

입력 2017-05-10 18:06
수정 2017-05-10 19:26
"정말 자사고·외고 폐지되나?"…학생·학부모 '촉각'

공약이행 여부에 관심 집중…학교 반발 속 찬반 논란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주요 공약인 외고·자사고 폐지와 관련, 학교 현장과 학생·학부모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학교 서열화와 학력 차별 철폐를 강조, 사교육 근절과 일반고 활성화를 위해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물론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다시 말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좀더 구체화할 시간 없이 곧바로 출범한 탓에 공약 내용이 그대로 실행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학교 존폐 문제는 최대 관심사인 입시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공약의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벌써부터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과 별도로 교육부 자체적으로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 전환까지 검토하고 있어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 학부모들은 어떤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할지 특히나 더 고심하는 모습이다.



◇ '사교육 줄어든다' vs '또 다른 사교육 생겨'

우선 외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사교육 근절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사교육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현 대입체제가 존속하는 한 외고·자사고를 대체하는 제3의 교육기관이 생겨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10일 "당장은 외고 입시준비 같은 사교육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며 "하지만 현 입시제도를 먼저 개혁하지 않고서는 사교육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한 중학교 교사는 "선거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꽤 높았다"며 "외고·자사고 진학 목적도 결국 대입을 위한 것인데 대입은 두고 고교 교육부터 손대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외고·자사고를 없애고 고교 서열을 없앤다 해도 이미 최종 목표인 대학들이 서열화 돼 있고 등수대로 학생들이 뽑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고·자사고를 없앤다고 사교육이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파구에 사는 초등 6학년생은 "학업분위기가 좋다고 해 자사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며 "자사고가 없어지면 새로운 종류의 학교나 시험을 준비하러 어차피 다른 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양천구에 사는 중학교 1학년생은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아 외고 진학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외고가 폐지되면 당장 학원을 안가서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외국어를 깊이 배울 기회가 없어져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외고 2학년 생은 "면학 분위기와 심화된 커리큘럼 때문에 외고를 선택해 사교육없이 입학했다"며 "자율학습 때문에 재학생들의 사교육 부담도 일반고보다 오히려 적은면도 있어 무조건적 폐지는 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외고·자사고 강력 반발…교육부 "의견수렴해 신중히 추진할 것"

외고와 자사고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부가 실제로 폐지 정책을 추진하는지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 관계자들은 다양한 교육 기회 제한이라고 반발하고, 학교 폐지의 경우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연구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세목 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은 "교육의 다양성 확보라는 도입 취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 포퓰리즘이자 교육적 퇴보"라며 "'붕어빵'같은 획일적 교육은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오 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1년 평준화의 대안으로 도입한 자사고는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학교운영이 파행을 겪는 것도 아닌데 폐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고 학생과 학부모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외고 관계자는 "외고 폐지가 교육적·국가사회적 요구와 맞아 떨어지는지 의문"이라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이나 성향을 수용하는 교육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폐지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연구용역 등을 통해 폐지가 발전적인 방향인지 아닌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결론을 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해결해서는 안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고 관계자는 "모교가 정말 없어지는지를 묻는 졸업생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며 "아직 공약 단계고 문 대통령이 '점진적 폐지'를 주장한 만큼 앞으로 어떤 형태로 정책이 추진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수민 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 회장은 "사교육 근절과 자사고 폐지 간에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며 "학부모들은 이미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학생들이 겪을 혼란과 상처가 클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도 "아직은 공약 단계여서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외고는 전국에 31개교, 자사고는 46개교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약들 가운데 어떤 것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 가고 어떤 것은 톤다운을 하는 등 차차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외고, 자사고 폐지와 같은 쟁점 이슈들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학교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신중하게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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